<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후기. <범죄도시> 강윤성과 착한 조폭 김래원이 만났다.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은 순전히 강윤성 감독 때문에 보게 된 영화다. 전작인 <범죄도시>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특별히 그 이름을 기억해뒀기 때문이다.
<범죄도시>는 참 특이한 영화이다. 장르도 흔해 빠진 범죄·액션 영화이고, 주연 배우도 이미 비슷한 톤의 연기를 많이 선보였던 '마동석'이었다.
그러려니 하고 봤던 영화인데 흠 잡을 때 없는 영화였다. 특별할 것 없이 흔한 장르와 어떤 캐릭터일지 뻔하게 예상되는 주연배우의 만남이었지만, 감독의 연출이 영화와 배우 모두를 빛나게 했다.
내가 기억하는 영화 <범죄도시>는 쓸데없는 장면이 1도 없는, 간결하면서 탄탄한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영화를 본 후에 그 만족스러움을 표현한 것치고는, 뭔가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평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상영시간이 120분이나 되는 액션 장르의 영화에서 저런 평을 얻는다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다.
어쨌든, <범죄도시>를 보고 나서 '이 감독의 차기작은 꼭 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렇게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을 보게 됐다.
제목이 좀 특이하다. '목포 영웅'이야 예고편을 봤던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앞에 '롱 리브 더 킹'은 생소한 감이 있다. 그러나 조금만 검색해보면 이 영어 문장의 정체를 알 수 있다. '롱 리브 더 킹'은 영화의 원작인 웹툰 제목이다.
<롱 리브 더 킹>은 누적 조회 수가 1억 뷰, 누적 독자 수가 약 200만 명에 달하는 웹툰이다. 웹툰을 영화보다 먼저 봤던 사람도 많겠지만, 평소 웹툰과는 거리가 있던 나는 처음 들어보는 제목이었다.
근데 강윤성 감독도 원작 웹툰을 보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가 원작 웹툰을 각색한 것이니만큼, 당연히 감독이 원작을 봤을 것 같지만, 일부러 보지 않았다고 한다. 원작 웹툰의 작가인 류경선 작가가 쓴 초고 자체가 이미 만족스러웠고, 등장하는 인물에 선입견을 갖고 싶지 않아서가 이유였다.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은 원작 웹툰 작가인 류경선 작가의 초고를 바탕으로, 강윤성 감독이 열 번 이상 수정을 거듭해 감독의 색을 입혀 탄생했다.
강윤성 감독의 상업영화로서 두 번째 작품인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은 전작인 <범죄도시>와 비교했을 때, 상당 부분에서 공통점이 발견된다.
1) 범죄 액션
드라마적 요소가 포함되기는 했지만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도 전작인 <범죄도시>와 마찬가지로 액션을 바탕으로 하는 액션 영화이다. <범죄도시>에서 '장첸(윤계상)' 대역을 맡았던 이광기 씨를 비롯해 수많은 무술 연기자들이 출연해 영화 속 액션 장면을 빛나게 했다.
2) 조폭 영화
이번 영화에도 <범죄도시>와 마찬가지로 두 개의 폭력 조직이 등장한다.
과거 한때, 한국영화계에서는 조폭 영화 붐이 일어난 적이 있다. 조폭 영화의 성공이 이어지면서 영화계에서는 너도나도 조폭 영화를 기획했고, 극장가에 온갖 조폭 영화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러다가, 다양성이 위축되고 비슷한 소재에 신물이 난 관객들의 외면이 이어지면서, 자연히 조폭 영화는 잦아드는 양상을 보였다. 그리고 현재는, 여전히 조폭 영화에 반감이 있는 관객도 물론 있겠지만, 조폭 영화에 대한 선입견도 어느 정도는 증발한 듯하다.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에 등장하는 조폭은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정도로 보인다. <범죄도시>의 관람 등급은 '청소년관람불가'였지만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은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그만큼 폭력적인 장면이나 거친 언어는 배제됐고, 대표적인 '착한 조폭' 김래원이 조직의 '리더'이기 때문에 거부감없이 볼 수 있다.
3) 후속편 제작
<범죄도시>는 후속편 제작 소식이 이미 전해진 바 있다. 다만, 강윤성 감독이 아닌 당시 조감독을 맡았던 이상용 씨가 후속편의 감독을 맡을 예정이다. 이번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도 후속편 제작의 가능성이 열려있다.
앞서 말했듯이, 영화의 원작은 '롱 리브 더 킹'이라는 웹툰이다. 그리고 웹툰의 시즌 1에 해당하는 내용만 영화로 옮겨진 것이다. 원작 웹툰이 시즌 3까지 연재된 만큼, 영화도 내용 전개상 충분히 후속편 제작이 가능한 상황이다.
4) 배우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에는 감독의 전작인 <범죄도시>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여럿 등장한다. 진선규, 최귀화, 임형준, 홍기준, 윤병희, 이규호 등 전작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이번 영화에도 참여했다.
특히, 전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두 명의 배우도 잠깐씩 특별출연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은 <범죄도시>와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차이점도 있다. <범죄도시>에는 없는 것이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에는 있다.
바로 여주인공이다. 영화에 드라마적 요소가 더해지고 '러브 라인'이 있는 만큼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에는 배우 원진아가 주연을 맡아 김래원과 호흡을 맞춘다.
관객들에게 다소 낯선 배우일 수 있는데 영화 <돈(2018)>을 본 사람이라면, 낯이 익을 수 있다. '조일현(류준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주식 브로커 '박시은'이 바로 원진아였다.
원진아는 연기자를 꿈꾸며 입시 준비를 했지만, 처음에는 잘 풀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회사에 취직해서 회사생활도 했고 콜센터, 백화점 등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 부모님의 권유로 다시 배우의 길을 걷기 위해 노력했고, 2015년 독립영화 단역으로 데뷔했다. 2015년부터 독립영화에서 주연, 상업영화에서 단역을 맡으며 경험을 쌓아오다가, 2019년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에서 주연을 맡으며 상업영화 첫 주연이라는 영광을 누렸다.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은 예고편이나 포스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뻔한 스토리에 진부한 설정의 영화다.
영화를 볼 때 개연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는 영화다. 그러나 장르에 따라, 또는 전체적인 영화 컨셉에 따라 유연하게 감상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이번 영화도 역시 강윤성 감독의 깨알 같은 위트가 소소한 재미를 준다. 지루하거나 늘어짐이 없는 연출력은 이번에도 돋보였다. 뻔하고 진부한 스토리를 끊어짐 없이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것도 감독의 연출력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장세출' 역을 맡은 김래원의 연기도 흠 잡을 데 없었다. 가만 보면, 김래원은 이런 부류의 연기는 타고난 것 같다. 착한 조폭 연기.
<해바라기(2006)>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지금까지도 많은 연예인이 방송에서 성대모사하는 <해바라기(2006)> '오태식(김래원)'의 명대사.
어쩌면 이때부터, 아니 더 정확히는 직전 해에 개봉한 <미스터 소크라테스(2005)>부터 <해바라기(2006)>, <강남 1970(2014)>, <프리즌(2016)>을 거치며, 김래원의 '착한 주먹'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 잡은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마동석도 그렇고 김래원도 그렇고, 강윤성 감독은 두 개의 작품 모두에서 자기만의 캐릭터를 가진 배우와 함께했다. 그 캐릭터도 '착한 주먹'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게 우연의 일치인지, 감독의 의도인지는 차기작을 보면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에서 또 하나 볼거리는 김동률의 음악이다. 2001년 발매된 김동률의 3집 '귀향'의 수록곡 '사랑한다는 말'은 영화 속에서 '장세출(김래원)'이 노래방에서 직접 부르기도 하며 주요장면들과 엔딩 장면에까지 흘러나온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전체 출연자들이 한 소절씩 부르며 이어나가는 엔딩 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할 수 있다. 강윤성 감독은 이에 대해, '영화를 특정 장르로 규정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다 허구이고 심각한 정치 영화가 아니니까, 관객들이 일상으로 즐겁게 돌아가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감독의 말대로 영화 속 이야기가 다 허구이고 심각한 정치 영화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는 내내 떠오르는 실존 인물이 두 명 있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국회의원 '최만수'와 팟캐스트 진행자 '정철민'.
이 둘을 볼 때마다, 부산이 지역구인 모 국회의원과 털이 지나치게 많고 고기를 좋아하는 한 언론인이 줄곧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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