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결말·줄거리 | 관객수, 제작비, 손익분기점 | 한석규, 최민식

 

▶ 한석규, 최민식이 연기한 세종대왕과 장영실

 

잘 만든 영화, 좋은 영화는 많은 관객을 얻는다. 그리고 그에 따른 상업적 성공도 뒤따른다. 하지만 이 자연스럽고 간단명료한 논리가 모든 영화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이 영화가 그렇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 최민식과 한석규 두 레전드 배우는 각각 '장영실'과 '세종'을 연기했다. 30년 경력의 두 명배우는 깊은 내공에서 우러나는 진한 연기와 함께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조화로움을 동시에 선보이며 완벽에 가까운 케미를 보였다.

 

배우 최민식은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1990년 KBS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꾸숑' 역을 맡으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배우 한석규는 1991년 MBC 공채 탤런트로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우리들의 천국', '여명의 눈동자', '아들과 딸', '파일럿' 등 MBC 간판 드라마에 연이어 출연하며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1994년에는 이들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된다. MBC 주말드라마 '서울의 달'에서 주연을 맡은 두 배우는, 드라마 최고 시청률 48%를 기록하기까지 혁혁한 공을 세웠다.

 

'서울의 달'을 발판으로 당대 최고 스타로 급부상한 한석규와 최민식은 이후 만나는 작품마다 큰 성과를 이뤄낸다. 90년대 후반부터 '안방극장'에서 '충무로'로 무대를 옮긴 두 배우는 영화 <넘버 3(1997)>와 <쉬리(1999)>에서 다시 호흡을 맞췄고, 90년대 후반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주역이 됐다.

 

영화 <넘버 3(1997)> 최민식(마동팔 검사 역), 한석규(태주 역) 

 

<쉬리(1999)> 한석규(유중원 역), 최민식(박무영 역)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한석규, 최민식 두 배우가 20년 만에 다시 만나 호흡을 맞춘 작품이고, 영화로는 세 번째 만남이다.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던 주역이자, 화려했던 역사를 함께한 두 배우의 기대되는 만남이었지만, 아쉽게도 흥행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잘 만든 영화, 좋은 영화는 많은 관객을 얻는다. 그리고 그에 따른 상업적 성공도 뒤따른다." 이 글의 서두를 열었던 문장이다. 논리적으로 마땅한 문장이지만, 사실 이 마땅한 논리를 비켜가는 경우 또한 적잖이 볼 수 있다.

2019년 12월 26일에 개봉한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순제작비 120억 원, 총제작비 155억 원이 투입됐고 손익분기점 380만 명이었다. 그러나 <천문: 하늘에 묻는다>의 관객 수는 200만 명을 넘어선 정도로, 손익분기점조차 넘지 못했다.

 

주연을 맡은 최민식, 한석규 두 배우의 연기는 묵직한 울림을 줄 만큼 농후했고, 영화 자체도 나쁘지 않았다. 심지어 평점 또한 높다. 그런데도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물론, 흥행 정도가 영화를 평가하는 유일한 척도는 아니지만,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영화의 흥행 성적은 영화 그 자체보다 그 밖의 외부 요소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있다. 비슷한 시점에 개봉하는 경쟁작, 영화 팬들이 극장을 찾는 시기 등이 대표적인 외부 요소가 아닌가 싶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이 두 가지 요소의 영향력이 정점이던 작년 12월에 개봉했다.

당시 극장가는 전작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겨울왕국 2>의 독주를 의식하며 크리스마스와 연말 대목을 앞두고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NEW(영화 투자배급사)가 연말 기대작 <시동>의 개봉일을 발표하며 먼저 나섰다.

 

마동석, 박정민 등이 주연을 맡은 영화 <시동>은 순제작비 70억 원, 총제작비 90억 원이 투입되어, 작년 12월 18일 개봉했다. 관객 수는 330만 명을 넘기며 손익분기점인 240만 명을 넘어섰다.

 

다음으로 CJ ENM이 <백두산>의 개봉일을 밝혔다. 이병헌, 하정우, 마동석 등이 주연을 맡은 영화 <백두산>은 2019년 12월 19일로 개봉일을 정했다.

 

마지막으로, 롯데 엔터테인먼트가 <천문: 하늘에 묻는다>의 12월 26일 개봉 소식을 알렸다. 결과적으로 가장 늦게 개봉한 <천문: 하늘에 묻는다>만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영화 <시동>을 비롯해 <백두산>도 82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순제작비 260억 원, 총제작비 300억 원이 투입된 <백두산>은 해외 90여 개국에 판권을 선판매한 상황으로, 국내 관객 690~730만 명 사이가 손익분기점으로 예상됐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위에 언급한 작년 연말 개봉작 중에서 유일하게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영화이지만, 가장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개인적으로는 '천문' > '백두산' > '시동' 순으로 순위를 매기고 싶다. 앞서 개봉한 연말 개봉작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연말 극장가를 찾는 발걸음이 잦아든 것이 <천문>의 흥행 실패에 한 몫을 차지한 게 아닌가 싶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역사 속 인물인 세종과 장영실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하여 진하게 우려낸 영화이다. 내가 본 영화 속 세종은 '소년' 같았고, 장영실은 '해바라기' 같았다. 세종은 조선과 조선의 백성을 위한 꿈을 품은 소년이었고, 장영실은 그런 세종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였다.

 

당시 조선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에 크게 의존했다. 그러나 우리와 맞지 않는 명나라의 절기에 맞춰 농사를 지었던 탓에 흉작이 잦았다. 세종은 백성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땅에 들어맞는 절기를 측정하고 싶었다.

세종의 꿈은 장영실의 두 손을 거쳐 실현됐다. 장영실의 '자격루'를 통해 조선은 조선의 '시간'을 가지게 됐고, 장영실이 제작한 천문관측기 '혼천의'와 '간의'를 통해 조선땅에 들어맞는 '절기'를 알게 됐다.

- "자네는 조선의 시간을 만들고, 조선의 하늘을 열었네. 내 꿈을 자네가 다 이루어준 셈이지."
- "아니옵니다. 전하께서 그런 꿈을 꾸시지 않으셨다면, 소인이 어찌 그런 일을 이룰 수 있겠사옵니까."

- "영실아. 너에게 상을 하나 내려야 되겠다. 소원이 있으면 어디 한번 말해 보거라."
- "제 소원은 항상 전하 곁에 있는 것이옵니다."
- "그것은 네가 나에게 주는 상 같구나."

 

 

세종만 바라보던 '해바라기' 장영실은 세종의 곁에서 세종의 꿈을 실현해 내는 것이 소원이자 꿈이고 행복이었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 조선의 두 천재 세종과 장영실은 고통스러운 이별을 맞게 된다. 둘은 그 이별의 순간마저도 서로를 먼저 생각했다.

장영실은 세종의 마지막 꿈을 위해 자신을 스스로 희생한다.

 

 

'세종의 마지막 꿈'

백성에게 '글'을 선물하는 것.

 

 

 

장영실은 세종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을 버린다.

 

 

"영실이... 자네가 고생이 많았네..."

 

 

역사와 영화적 상상력이 어우러져 탄생한

'웰메이드 사극'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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