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배심원들(2019)',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가볍고 말랑말랑하게 전달한 영화.
영화 '배심원들'은 2008년에 열렸던 우리나라 최초의 국민참여재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원칙주의자이자 강직한 성품의 재판장 '김준겸(문소리)'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민참여재판'에서 주심 판사를 맡는다.
사건은 비교적 단순해 보인다. 증거와 증언이 확보됐고 자백까지 나온 살인사건이다. 따라서 재판부와 배심원들은 범죄의 유무를 따질 필요가 없는, 피고인에 대한 양형 결정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재판 중 돌발상황이 발생한다. 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검찰 측이 제시한 주요 증거가 위조된 것이라고 울부짖는다.
피고인이 본인의 자필 문서가 검찰의 강요에 의해 강제로 작성된 것이라 주장함에 따라, 양형 재판이 유무죄를 다투는 재판으로 바뀌게 된다.
유무죄를 다투는 재판이 되면서 재판부는 곤혹스러워졌다. 비전문가인 배심원들에게 유무죄 평결을 맡긴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말이 좋아 배심원들이지, 그냥 일반인들이잖아요. 법에 대해서 무지한. 그런데 유무죄 판단을 맡기겠다고요? 병원에 면허 없는 사람들한테 메스 쥐여주면서 수술 맡기는 격이지."
영화는 이 돌발적이고 난감한 상황에서 본론으로 접어들게 된다. 재판부의 판결이 배심원들의 평결을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각양각색의 배심원들은 졸지에 누군가를 심판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떠안게 된다.
8명의 배심원은 영화에서 각자의 포지션이 있다. '6번 배심원(김홍파)'은 재판 중에 자신의 견해를 강하게 피력하다가 퇴장당한다.
'6번 배심원 장기백(김홍파)'
남은 7명의 배심원 중에서, 각각 두 명씩의 '온건파'와 '강경파'가 있고, 나머지 세 명은 상대적으로 중간 지점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8번 배심원' 권남우(박형식)는 나머지 배심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영화에서 핵심 인물이다.
'8번 배심원 권남우(박형식)'
개인회생신청을 한 청년 창업가 '권남우'는 평범하고 순수하고 선량한 배심원이다. 그는 자신의 결정이 다른 사람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피고인의 유무죄 여부를 쉽게 결정짓지 못한다.
'7번 배심원 오수정(조수향)'
'7번 배심원'은 '8번 배심원'의 의견에 가장 우호적인 인물이다. 이들 두 명은 '온건파'에 해당하며, 주어진 단서에 대해 사리에 맞고 합리적인 추론을 이어나간다.
'5번 배심원 최영재(조한철)'
'4번 배심원 변상미(서정연)'
'5번 배심원'은 가장 완고한 입장을 지닌 인물로, 영화에서는 '8번 배심원'과 갈등 구도를 이룬다. '4번 배심원'도 '5번 배심원'과 함께 '강경파'에 속하는 인물이다.
'1번 배심원 윤그림(백수장)'
'2번 배심원 양춘옥(김미경)'
'3번 배심원 조진식(윤경호)'
'1번, 2번, 3번 배심원'은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배심원들 사이에서 유동적인 인물들이다.
영화 '배심원들'은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인 보통 사람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의 평결 과정을 담아내며, 딱딱할 수 있는 법정 영화를 가볍고 말랑말랑하게 풀어냈다.
영화가 전개되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밝고 경쾌함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연출 의도가 엿보인다. 우리 사회의 무거운 주제를 밝고 가볍게 연출했다는 점에서, 영화를 보는 내내 이해영 감독의 영화 '페스티발(2010)'이 떠올랐다.
영화 '페스티발'은 신하균, 엄지원, 심혜진, 성동일, 류승범, 백진희, 오달수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다양한 성적 취향을 가진 인물들을 유쾌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취향들. 절대다수가 공유하는 주류적 가치에 어긋나는 비주류의 취향이자, '비정상'으로 취급되어 눈살이 찌푸려질 수 있는 취향들. 영화 '페스티발'은 이런 취향의 문제를 가볍고 유쾌하게 담아낸 영화이다.
'배심원들'과 '페스티발'은 각각 전혀 다른 소재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무거운 주제를 밝고 유쾌하게 풀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배심원들(2019)'
'페스티발(2010)'
영화 '배심원들' 중에서
"법은 국민의 상식이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재판부는 배심원 평결을 따르기로 결정했습니다."
- 2019년 현재, 배심원 평결을 재판부가 따르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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