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스트' 후기. 이성민, 유재명, 전혜진, 배우들 연기는 빛났고 영화는 어려웠다.
사실, '비스트'는 영화 예고편만 보면 그렇게 어려운 영화가 아니다. 예고편을 통해 주요 인물들의 핵심 대사가 모두 전달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마음속에 짐승 한 마리씩 키우고 있다잖아. 그게 언제 나타나는지가 문제일 뿐이지."
- "누가 말이야. 범죄를 은폐해주는 대가로 뭘 받았다면 그게 뭘까?"
-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거였겠지."
영화 포스터도 간단명료하게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있다.
"살인마를 잡기 위해 살인을 감추다. 누가 진짜 괴물인가?" 영화 포스터에 명시된 문구인데, 쉽게 말해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됐다는 거다. 예고편과 포스터만 보면, 어려울 것이 전혀 없는 영화인데, 실제로 영화를 보게 되면 꽤 복잡해진다.
이 영화는 '오 마담(김호정)'이라는 인물이 아주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극 중에서 '오 마담'은 핵심 인물들과 개별적인 관계를 맺으며, 인물들 사이를 이어주는 동시에 이야기 전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아래 인물들은 각각 '오 마담'과 연결된 인물들이다.
'오 마담'은 서로 적대적 관계인 인물들과 각각의 연결점을 가진다. 위의 인물들과 서로 정보를 주고받기도 하고 행동을 강요하기도 하며, 때로는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도 하는 복합적인 인물이다.
이처럼, '오 마담'은 극 중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이야기 전개에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지만, 뜻밖에 영화에서는 크게 강조되지도 않고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오 마담'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감독이 '오 마담'에게 시간을 적게 할애한 탓도 있겠지만, '정한수(이성민)' 때문이기도 하다. '정한수(이성민)'가 살인마를 잡기 위해 살인을 은폐해준 이후부터, '정한수'의 아니, 배우 이성민의 원맨쇼가 시작되면서 관객의 시선을 빨아들인다.
이때부터 배우 이성민은 살인을 은폐해준 것에 대한 '불안감'과, 살인마를 잡으려는 '집념', 이 어우러질 수 없는 두 가지 심리 상태를 기가 막히게 표현한다.
'정한수(이성민)'와 승진을 놓고 경쟁하는 등, 적대적 관계로 등장하는 '한민태' 역할을 맡은 유재명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영화 '비스트'가 풍기는 전체적인 분위기에는 '정한수(이성민)'보다 오히려 더 잘 어울리는 연기를 했다는 느낌이다.
아주 건조하고 날이 서 있는 '한민태'라는 인물을 가감 없이 묘사했는데, 유재명의 차갑고 건조한 연기가 워낙 도드라져서, '비스트'가 되어야 할 '정한수(이성민)'의 에너지를 조금 뺏어오는 것 같기도 했다.
배우 전혜진도 마약 브로커 '춘배' 역을 맡아 신들린 듯한 연기를 선보인다.
전작인 '불한당(2016)'과 '뺑반(2018)'에서는 경찰 역할을 맡았는데,
이번 영화 '비스트'에서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넓은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이 글의 제목에서도 말했듯이, 영화 '비스트'는 배우들의 연기는 돋보였지만, 영화 자체는 매끄럽게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였다. 이처럼, '비스트'가 관객 친화적인 영화가 될 수 없었던 이유는, 관객에게 충분한 설명이 제공되지 않아서가 아닌가 싶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정한수(이성민)'가 관객의 시선을 흡입해가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인물들 간의 연결이나 이야기 흐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오 마담(김호정)'에 대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할애되지 않는다.
극 중에서 '오 마담'은 '정한수(이성민)'의 정보원이자 정서적 교류 대상이기도 하고, '한 팀장(유재명)'과는 서로 정보를 주고받기도 한다. 그리고 '춘배(전혜진)'에게는 어떤 행동을 강요하기도 하며, '차이나타운 장 사장(김홍파)'과는 특정 사건에서 운명 공동체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런 복합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에 관해 설명이 너무 부족했다.
그리고 개연성 문제도 조금 있는 것 같다. 특정 인물과 특정 사건, 특정 인물들 간의 관계가 느닷없이 이어진 감이 있다.
감옥에 수감 중이던 마약 브로커 '춘배(전혜진)'가 최근 활개 치고 있는 연쇄살인범의 소재지를 알고 있다는 설정은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특정 인물들 간의 연결점도 근거가 희박한 상태에서 억지스럽게 이어지는 모습이 있다. '춘배(전혜진)'와 '차이나타운 장 사장(김홍파)'의 연결점이 그렇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서는 '오 마담(김호정)'이 갑자기 '차이나타운 장 사장(김홍파)'과 이익을 공유하는 운명공동체가 되기도 한다.
이런 관계 설정이 영화의 이야기 전개에서 핵심적인 부분이지만, 너무 투박하게 이어진다는 느낌이 있다. 이 글의 제목이 딱 총평이 될 수 있겠다. "배우들의 연기는 빛났고 영화는 어려웠다."
아쉬운 부분이 다소 있지만, 악평을 받을 만한 영화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개연성을 조금 더 확보하고 곁가지를 줄여서 전체 상영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한다면 더 좋은 평을 받을 것 같다. 두 시간을 훌쩍 넘기는 러닝 타임은, 상업 영화로서 성공하기 어려운 조건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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