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공정하다는 착각≫의 저자 마이클 샌델이 말하는 '양극화'와 '빈부격차' | 일문일답 인터뷰

 

『정의란 무엇인가』, 『공정하다는 착각』의 저자 마이클 샌델이 말하는 '양극화'와 '빈부격차' | 일문일답 인터뷰

 

▶ 양극화와 도널드 트럼프. 기회주의자의 반격

▶ 능력주의 사회의 문제점

▶ 공정한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Justice : What's the Right Thing to Do?(2010)

 

한국에서만 2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하버드대학)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이후 7년여 만에 신간을 냈다. 부와 명예, 권력, 지위 등은 과연 각자의 능력 차이에서 비롯되는가? 그의 신간 『공정하다는 착각』이 던지는 질문이다.

The Tyranny of Merit : What's Become of the Common Good?(2020)

 

 

◈ 『공정하다는 착각』의 저자 마이클 샌델과의 일문일답

◈ 오랜만에 나온 신간이다. 『공정하다는 착각』,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뭔가? 

이번 신간은 우선 지난 수십 년간 아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양극화와 빈부격차를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는 책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승자와 패자 사이에 간극이 굉장히 커졌다. 이는 결국 우리를 모두 분열시켰다. 이런 격차는 단지 경제적인 불평등에 대한 격차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성공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것도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이 새로운 경제체제 하에서 성공을 하게 된 사람들은 이게 다 내가 잘해서, 내 능력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을 하게 되고, 반면에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내가 잘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성공하지 못했구나 하고 자책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대중의 인기를 이용하는 기회주의자들이 엘리트에 대한 반격을 시작하게 되는 도화선이 됐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전 세계적으로 볼 수 있었고, 특히 바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가장 큰 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트럼프의 거취는 이제 어떻게 될지 불분명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엘리트에 대한 분노, 또 이런 양극화 문제는 계속해서 남아있다.

그래서 이번 신간은 이 양극화로 인한 상처를 어떻게 하면 우리가 낫게 할 수 있는지, 치유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그런 답을 내기 위한 시도라고 보면 된다. 또 우리가 좀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내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 혹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지켜보면서 이런 책을 꼭 써야 하겠다 하는 동기부여가 된 측면도 있나?

아주 정확히 말했다. 2016년 대선 때도 도널드 트럼프라는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까지 당선이 될 수 있었는지 이 전체적인 그림을 이해하고 싶었고, 이게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런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또 지난 4년간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많은 실패한 정책들이 있었는데, 특히 코로나19 대응에 굉장히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 대선에서 많은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여전히 지지하면서 표를 던져주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 한국 사람들도 그 점을 굉장히 궁금해한다. 개인적인 생각은,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은 결과이고 그 원인은, 미국의 경제적 약자에게 '그건 전적으로 너의 잘못이다'라고 말하는 미국식 자본주의. 그리고 시스템에서 낙오한 사람들은 버리고 가는 미국식 엘리트 정치. 그 미국식 자본주의와 미국식 엘리트 정치의 실패가 결국 트럼프를 부른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되는데,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나?

동의한다. 그게 바로 제 신간의 아주 중요한 메시지 또는 주제 중의 하나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세계화로 인해서 경제적인 불평등은 심화했고, 또 노동 계층의 임금은 정체되고 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정치 엘리트들은 노동 계층 사람들을 보면서 ‘네가 만약에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싶고 또 경쟁에서 살아남고 싶으면 대학교에 가서 대학교 학위를 취득해라. 그러면 경쟁력이 생길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면서 교육을 문제 해결의 솔루션으로 제시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 어떤 사람들은 대학교 학위를 따고 성공을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뒤처지게 돼 있다. 그럴 때 만약에 ‘네가 대학에 안 가서 성공을 못 했다면 너의 실패는 너의 책임이다’라고 아주 차가운 메시지를 던지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은 영감을 받기보다는 모욕을 받고, 그래서 엘리트 계층에 대해서 노동 계층이 분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 그 문제의식을 능력주의, ‘Meritocracy’라는 말로 표현했다. 이 단어를 좀 설명해달라.

우선 능력주의라는 것은 이런 원칙이다. 만약에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졌다면 누가 이기든 간에 승자는 이겼기 때문에 승리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는 원칙이 능력주의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런데 능력주의적인 이상(ideal)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생기게 된다. 첫 번째 문제는, 만약에 어떤 사회가 정말 능력주의적인 사회이고, 그 이상(ideal)이 모두 실현이 됐다 하더라도 이 원칙 자체가 그대로 실현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문제이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동등한 기회를 얻는 현실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부유한 가정의 어린이들은 과외를 받는다든지 여러 가지 혜택을 통해서 명문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그 경쟁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모든 기회가 공평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두 번째 문제는, 만약에 정말로 모든 기회가 공평했고 또 이 사회가 정말 능력주의적인 사회였다 하더라도 또 하나의 문제가 생긴다. 승자는 내가 잘해서, 내가 잘나서, 내 능력 때문에 내가 성공했다고 믿게 되는 건데, 그렇게 되면 이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을 가능하게 해 준 행운과 또 좋은 환경 등 이런 다른 요소들은 잊어버리게 된다는 것이 문제이다.

항상 성공하는 케이스를 살펴보면, 단지 내가 열심히 노력하고 근면 성실하다고 해서 성공하는 건 아니다. 행운도 필요하고, 또 좋은 환경도 필요하고, 또 지원을 전폭적으로 해 주는 부모님, 유복한 가정, 또 선생님, 또 내가 속해있는 지역사회 등 이런 모든 요인이 합쳐질 때 성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하버드대학교 정치학 교수)

 

◈ 개인적으로 100% 동의한다. 그러면 미국이 지금 그런 사회이고, 그런 사회가 트럼프를 불러냈다 그렇게 이해가 된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4년을 겪어도 여전히 미국 사회에서 수많은 사람이 트럼프를 지지한 이유는 또 뭔가?

아주 좋은 질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방역에도 실패했고, 또 그 외에도 굉장히 실패한 정책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2020 대선에서 7천만 명의 사람들이 도널드 트럼프를 위해서 투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년 동안, 여러 가지 정책 실패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특히 노동 계층의 사람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주었는가에 대해서 잘 이해를 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바로 노동 계층의 사람들이 여전히 엘리트 계층에게 분노해있기 때문이다. 이 엘리트 계층은 교육도 잘 받고 학력도 좋은 사람들인데 이렇게 잘난 사람들이 우리 노동 계층을 무시하고 있다, 또 노동의 존엄성도 더 이상 존중해 주지 않고 우리를 깔보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노동 계층의 사람들이 분노하고 화가 나서 그래서 2016년에도, 또 이번 2020년에도 계속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던져준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노동의 존엄성, 또 노동자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방안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아마도 미국 사회의 이 심각한 양극화가 치유되긴 어려울 거라고 본다.

 

 

◈ 지금 말씀하신 게 미국의 문제이자 양극화를 겪는 전 세계 공통된 문제이기도 한 것 같다?

동의한다.

◈ 문제가 무엇인지는 이제 이해했고, 그러면 해법은 책을 읽어야만 알 수 있나? 힌트를 좀 준다면?

우선, 책에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어떤 권고사항으로 몇 가지 쭉 나열했는데, 지금 뉴스공장을 듣고 있는 분들을 위해 문제해결 방법이 무엇인지 요약을 해드릴 순 있다.

◈ 두 가지만 말해달라.

두 가지 솔루션 중에서 첫 번째 솔루션을 말씀드리자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대학 학위가 있는 사람들만 존중해 주고 존경하는 게 아니라, 대학 학위가 없는, 그런데도 공공선을 위해서 우리 사회를 위해서 좋은 기여를 하고 있는 대부분의 시민들도 존경받고, 또 지지받는 그러한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대체로 어떤 사람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가가 이 사회의 공공선을 위해서 얼마나 많이 기여했는가와 비례한다고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일례로, 마틴 루터 킹이 암살당하기 직전인 1968년 멤피스 테네시에서 파업 중인 쓰레기 노동자들에게 했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다.

그때 마틴 루터 킹은 쓰레기 청소부들이 쓰레기를 제대로 주워주지 않으면 병이 창궐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쓰레기를 줍는 노동자의 역할이나 병을 고치는 의사의 역할이나 똑같이 중요하고, 그래서 모든 노동은 동일하게 존엄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두 번째 해결방안은 이것도 일의 존엄성과 관련된 건데, 이번에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이 있는 이야기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서 사람들은 집에 머물게 됐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가 얼마나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는가를 깨닫게 됐다.

평소에는 이런 분들의 노고를 우리가 잘 알아차리지 못했었는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딜리버리 해 주는 배달원들, 또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해 주는 병원의 의료진들, 또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분들, 또 식료품점에서 일하시는 분들, 또 트럭 드라이버, 또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원의 교사들, 또 요양원에서 일하는 분들, 이 모든 사람들의 노동에 우리가 정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은 급여나 존중을 받지 못하고 계시는 이런 분들의 급여도 높여주고, 또 사회적인 명망도 더 높여줘야 한다. 이런 걸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어떤 공공의 논의를 하는 적절한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논의를 통해서 이분들이 더 나은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한국 사회는 상대적으로 대학 진학률이 매우 높아서 미국과 똑같은 상황은 아니긴 하지만, 그런데 학력, 학벌 이외의 자질을 존중하라, 그리고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라는 말로 제가 이해를 했다. 한국 사회도 그 조언은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그리고 교수님의 문제의식을 바이든 행정부가 꼭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

▷ 동의한다고 하시니 기쁘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도 앞으로 대학교 학위가 있는 사람 말고 학위가 없는 사람들의 노동 존엄성까지도 다 높여줘야 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기를 바라는 바이다.

 

◈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데, 인터뷰가 다 끝났으니까 제가 사실대로 말씀드리겠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너무 두꺼워서 읽다 말았다. (웃음)

▷ 얼마나 읽었는지 제가 시험을 좀 쳐봐야 할 것 같다. 퀴즈를 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웃음)

 

◈ 이번 책은 끝까지 읽도록 노력해보겠다. 대신 다음에 한국에 오면 뉴스공장 스튜디오에 반드시 방문해서 저와 대담을 나누는 거로 약속해달라.

좋다. 이 딜에 동의한다. 공장장님께서 제 신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으면 저도 그에 대한 답례로 나중에 스튜디오에 와서 다시 뉴스공장과 인터뷰를 하도록 하겠다.

 

출처 :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 진행 : 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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