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백신 눈앞에. 빠르면 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진단 시약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빠르면 이달 31일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국내 진단 시약 나온다고 밝혔다.
이재갑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확보한 이후부터는 시약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따라서 빠르면 이번 달 31일, 늦어도 2월 5일까지는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 자체에서 생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PCR(high multiplex real-time PCR) 시약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감염내과 의사인 이재갑 교수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졌을 때, 의료대 2진 대장으로 파견됐다. 당시 이 교수는 대원 8명과 함께 시에라리온 수도인 프리타운의 에볼라 치료센터에서 5주간 근무했다.
'메르스 사태' 때는 그의 스승이자 메르스 즉각 대응팀장이었던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와 함께 즉각 대응팀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이처럼, 이 교수는 병원 진료실에서뿐만 아니라, 신종 감염병이 창궐한 현장에 직접 참여해 전염병 관리 및 치료, 예방 활동에 앞장선 의사이다.
Q.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란?
코로나바이러스는 동물에서는 훨씬 더 많은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고, 사람에 대해서는―이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까지― 모두 6개의 바이러스가 사람 감염을 일으킨다. 그중, 감기처럼 일반적으로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4개이고, '사스'와 '메르스'를 포함해 총 6개였다. 이번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 감염을 일으키는 7번째 바이러스인 셈이다.
'우한 폐렴', '우한 바이러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 여러 명칭이 사용되고 있는데, WHO(세계보건기구)가 2013년부터 신종 바이러스의 명칭에 관한 규약을 만든 바 있다. 이 규약에 따르면, 명칭을 만들 때 지명을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 해당 지명에 대한 낙인 효과가 있을 우려가 있고, 전염병이 어느 정도 유행하게 되면 지역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공식 명칭은 한글 명칭 '코로나19', 영어 명칭 'COVID-19'이다.
Q. '코로나'라는 명칭은 무슨 의미인가?
'코로나'라는 명칭이 '크라운'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크라운(왕관)'이 라틴어 '코로나'에서 왔다는 것이다. 전자 현미경 사진을 보면, 바이러스 몸체 주변에 스파이크(못) 같은 모양이 퍼져 있다.
이 모양이 위에서 봤을 때 왕관 모양과 흡사하다 하여 '크라운(왕관)'을 뜻하는 라틴어 '코로나'가 나왔다는 얘기가 있다.
Q. '사스', '메르스'와의 차이는?
바이러스를 습득한 여러 기관에서 분석을 하고 있다. 최근에 나온 가장 신빙성 있는 논문은, 박쥐에서 유행했던 바이러스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약 96%의 유전적 동질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연구에서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사스'와 '메르스'와도 비교했다. 그 결과, '메르스'보다는 '사스'의 유전형에 가까웠다고 한다.
'메르스'는 낙타, '사스'는 사향고양이와 관계있다고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메르스'와 '사스' 모두 그 전 단계는 모두 박쥐였다. 두 바이러스 모두 박쥐 다음 단계에서, 위에 언급된 동물들을 거쳐 사람에 전파된 것이다(에볼라도 마찬가지).
박쥐는 포유류이기는 하지만 조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박쥐에서 유행하다가 사람에게 전파되기 더 쉬운 종류의 포유류에서 변형을 거쳐 사람에게 전해진 것이다고 볼 수 있다.
박쥐에서 바로 사람에게 전파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사람에게 전파되기 이전에 분명히 다른 포유류 동물을 거쳤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과 접촉이 잦은 다른 포유류 동물에서 바이러스가 크게 번졌다가 사람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바이러스도 생존을 위해서는 감염시킬 수 있는 대상을 늘려야 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과 접촉이 잦은 포유류 동물에서 그다음 단계로 사람이 타깃이 된 것이다. 사람에게 전파되기 직전 단계의 포유류 동물에서 증폭과 유전적 변이를 거쳐 사람에게 전파된 것이라 할 수 있다.
Q. 사람 간 전파 경로는?
모든 호흡기 바이러스들은 침방울에 섞여 나오게 된다. 대화하다가 침이 튈 수도 있고, 기침할 때 비말(미세한 물방울)에 붙어서 날아가는 경우도 있다. 기침할 때 분비되는 비말은 짧게는 10m 길게는 15m까지 날아가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래서 기침하는 사람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는 것이다.
비말이 묻은 물체 등 간접 루트를 통해서 전파될 수도 있다. 기침할 때 손으로 가리는 것도 권하지 않는 이유다. 기침할 때 손으로 가리면, 손에 비말이 묻을 수 있는데, 이 손으로 함께 쓰는 물건을 만지거나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하게 되면 바이러스를 전달하게 된다.
그리고 바이러스가 전달된 손으로 눈을 비비거나 코나 입 주위에 접촉하게 되면 감염의 위험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눈, 코, 입을 통한 감염 이외의 피부 감염 등 다른 감염 경로는 없다. 그러므로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현재, 모든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는 '비말'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비말 감염'과 함께 자주 언급되는 감염 경로가 바로 '공기매개 감염'이다. '에어로졸'이라 불리기도 하는 '공기매개'의 경우, 바이러스 입자가 매우 가벼워 무게가 거의 없다. 따라서 공기의 흐름을 통해 날아가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홍역'과 '결핵'이다.
'홍역'의 경우, 원인 제공자가 실내에 머물다가 그 자리를 떠나도, 그 장소에 약 2시간 정도 바이러스가 날아다닌다고 한다. 그러므로 의사 입장에서 '비말 감염'과 공기매개 감염'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 모든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는 '비말'. '비말'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된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몸속에 들어가 폐에 강하게 달라붙어야 감염됨.
Q. '우한 폐렴'이라 불렸는데, 왜 폐렴 증상이 나타나는가?
바이러스에 의한 염증은 상호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바이러스가 몸속에 들어오고 사람의 면역계가 이것을 인지하게 되면, 이것이 병을 일으킬 것인가 따져보게 된다. 우리가 확인하는 증상은 사실, 바이러스 자체가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저항하기 위한 염증 반응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즉, 일종의 방어작용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콧물이 나는 이유는 콧물을 통해 바이러스를 배출하기 위한 것이다. 가래가 나오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와 체내 기능을 방해하니까 가래를 만들어 배출하기 위한, 일종의 면역 반응이다. 기침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체내에 들어온 바이러스에 저항하기 위한, 바이러스를 내보내기 위한 증상이다.
폐렴 증상도 이런 과정에서 발견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몸속에 침입했을 때, 면역체계가 가동되어 바이러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폐렴 증상이 나온 것이다.
우리 몸이, 침입한 바이러스를 없애기 위해 '사이토카인(cytokine)'―면역세포로부터 분비되는 단백질 면역조절제로, 혈액 속에 함유되어 있는 면역 단백의 하나―을 분비하는 등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고열이 발생하기도 하고 기타 증상이 나타난다.
최근 들어 '사이토카인 스톰(폭풍)'이 많이 언급되고 있다. '사이토카인 폭풍'이란 말이 자주 나오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면역 반응이 아주 극심하게 일어나는 사람('우한 폐렴' 증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면역 반응이 아주 극심하게 일어난다는 것은, 몸속에 들어온 바이러스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유하자면, 침투한 바이러스를 없애기 위해 일개 분대만 출동해 소총만 쏘면 되는 상황인데, 연대급 병력이 출동해 집중포화를 가하는 것이다.
소총만 발사해 국지적인 상처만 내고 바이러스를 없애도 되는데, 전투기까지 출격해 쑥대밭을 만들어 버리니까 폐 자체가 심하게 손상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사이토카인 폭풍'이란, 이런 상황을 표현하는 말이다.
Q. 일반 감기 증상과는 어떻게 다른가?
다를 수가 없다. 모든 호흡기 바이러스는 상기도 감염시키고, 심하면 폐로 넘어가서 감염을 일으키니까 증상은 모두 똑같다. 열나고, 기침하고, 콧물 나고, 목 아프고, 더 진행돼서 폐가 자극되면 숨이 차기 시작하고 더 나빠지면 흉통이 생기기도 한다. 모든 호흡기 바이러스는 다 비슷한 과정을 거치는데, 그게 심하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Q. 우리나라 보건 당국의 대처와 백신 개발은?
지난 1월 초쯤에 중국 정부가 '코로나19'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공개했다. 이 정보가 있어야 시약을 만들 수 있는데, 전 세계 국가가 그때 처음으로 바이러스 정보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시약을 만들어도 바이러스에 대해 제대로 반응하는지, 그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는 중국 정부가 '코로나19'의 유전자 염기서열 정보를 제공하기 전에 이미 진단 시약 개발에 돌입해 있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가 중국의 정보 제공 전에 발 빠르게 대처한 것은 높이 평가 받을 만한 일이다.
앞서 말했듯, 진단 시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초기에 우리나라는 확진자가 없었으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습득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는 '판코로나바이러스 검사법'으로 대처했다.
말했다시피, 이전까지 사람 감염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는 감기처럼 일반적으로 유행하는 것 4개와 '사스', '메르스'를 포함해 모두 6개였다. '판코로나바이러스 검사법'은 모든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를 잡아내는 검사를 말한다.
이 검사를 통해, 이미 확인된 코로나바이러스 6개에 해당하지 않는 바이러스를 증명하는 식으로 '코로나19'를 확인해낸 것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중국에서 정보를 제공하기 전부터 이미 진단 시약 개발과 동시에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구분해 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까지는 할 수는 없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확진 판정은 '판코로나바이러스 검사' 양성 판정 이후, 유전자 정보를 하나하나 모두 분석해 판정해냈다. 이런 분석 작업을 '시퀀싱(sequencing)'이라 하는데, 2~3년 전만 해도 질병관리본부가 이런 '시퀀싱'을 하는데 보통 3, 4일씩 걸렸다.
이번에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총 12시간이었다. 첫 번째 의심 환자에 대해 '판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실행했고, 양성 반응이 나오자 바로 '시퀀싱'에 들어갔다. 이렇게 해서 총 12시간 만에 첫 번째 확진 판정을 해낸 것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이렇게 발 빠른 대처를 할 수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중국에서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자가 들어오는 상황을 가정해서 이미 모의 훈련을 했던 것이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났을 때, 어떻게 진단할 것인가부터 이후 행동 요령까지 이미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언론에 얘기하기에는 너무 긴 얘기라 말할 기회가 없었던 부분인데, 그런 사실을 알게 되고 해당 부서에 크게 칭찬했던 사실이 있다.
Q. 지금은 우리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 시약은?
여기서 공개해도 될지 모르겠다. 질병관리본부장과 통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빠르면 이번 달 31일, 늦어도 2월 5일에는 질병관리본부에서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진단 시약이 나올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질병관리본부는 제약회사가 아니어서 대량생산할 수 없으므로 3,500만 분 정도만 먼저 풀 것이라고 한다.
이후 3개 제약사와 함께 시약을 공급할 계획이다. 제약 회사가 유효성 평가까지 통과하게 되면, 각 제약사에서 시약이 출시될 것이다. 따라서 다음 주 중반 이후에는 '코로나19' 시약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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