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노무현 대통령 '논두렁 시계 보도 사태' 때가 떠올라...
〈 9월 28일 경남교통문화연수원 〉
지난 8월 말경에, 조국 민정수석이 사임하고 학교 복직원을 내고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이 된다고 한다. 이 말이 나왔을 때부터 언론보도가 시작됐죠. 뭐 큰 문제 있겠냐, 뭐 특별한 게 있겠냐 이렇게 생각을 했죠.
그런데 조국 본인이 아니고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 동생, 조카, 배우자, 아들, 딸, 차례차례 나오는 거에요. 다 개인적인 생활과 관련된 것이고, 공적인 게 아니어서 (제가) 아는 바가 없잖아요. 뭘 알아야 한마디 해줄 텐데. 아는 것도 없고 그래서 가만히 있었죠. 가만있다 보니까 이게 끝도 없이 가는 거예요. 제가 뭔가를 하긴 해야 할 것 같은데 뭘 알아야 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취재를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취재를 여기저기 시작하고 '알릴레오'가 마침 쉬고 있을 때여서 호외를 제작해야 되나 그 고민을 하면서 여러 군데 취재를 하면서 '어 이거 아닌데' 하는 느낌이 온 거예요. 이게 아닌데. 이렇게 가면 안 되는데.
그리고 2009년 (노무현 대통령) 논두렁 시계 보도 사태 때하고 똑같아요, 지금. 양상은 거의 똑같고요, 정도는 더 심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으면, 조국 장관이 어떻게 될지 저는 모르지만, 어떻게 되던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논두렁 시계 보도 사태'란? ▲
〈 2009년 4월 24일 조선일보 기사 〉
〈 2009년 5월 14일 중앙일보 기사 〉
〈 2009년 5월 15일 동아일보 기사 〉
2009년 5월 13일, SBS 8시 뉴스에서 "시계, 논두렁에 버렸다"는 뉴스보도가 나온 이후,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에 가서 그렇게 진술한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다른 언론들도 '논두렁 시계 보도'에 합세하면서 기정사실화 했다.
SBS 8시 뉴스에서 '논두렁 시계' 관련 최초 보도가 나간 열흘 후, 노무현 대통령은 서거했다.
(2009년에)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공격당하실 때, 사실 제가 가끔씩 나와서 미디어에서 이야기도 하고 하긴 했는데, 그때도 돈 문제 이런 게 걸려있고 그래서 잘 알지도 못하고 그래서 주춤주춤하면서 있다가 그 일이 생겨버렸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그냥 가만히 있으면 나중에 되게 후회하게 될 것 같다는 그런 두려움이 들어서. 정확히 말씀드리면 제가 8월 27일 날 (조국 전쟁에) 참전을 했죠. '뉴스공장'에 나가서. 그리고 한 한 달 동안 삶이 무척 고달팠습니다. (웃음)
▶ '논두렁 시계 사건'의 정확한 사실관계는?
제가 직접 노 대통령님한테 들었어요. 이 시계 건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이 검찰에서 뭐라고 진술하셨는지는 제가 잘 모르겠고요.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라고 2009년 4월 19일 날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신 거를 보고 제가 너무 마음이 그래서, 오지 말라 하시는 걸 무작정 기차를 타고 가서 봉하 대통령 사저에 갔거든요. 가서 3시간 넘게 내외분하고 옛날얘기를 하면서 즐겁게 밥 먹고 왔는데, 그때 그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시계가 언제 발견이 됐냐 하면, 퇴임하시고 얼마 안 돼서 'e지원 시스템' 복사본 문제 때문에 검찰에서 참모들 기소한다고 하고, 불러다 조사하고, 봉하마을에도 조사 들어온다고 하고. 봉하마을에 사본을 압수 수색 한다고 해서 대통령이 집에 뭐가 있는지 재물 조사를 한번 하자고, 압수수색 들어오면 어디에 뭐가 있는지 우리가 미리 알고 있어야 할 거 아니냐 그래서 우리 집에 뭐가 있는지 재물 목록을 만들었대요.
그 과정에서 시계가 있다는 걸 아시게 된 거예요. 그래서 "이 시계가 뭐냐" 그러니까 박연차 씨가 대통령 회갑 선물로 사 왔는데 그거를 직접 주면 안 받을 것 같으니까 형님(노건평 씨)에게 맡겼다는 거예요, 좀 전해주라고. 그런데 그 집(형님)에서도 현직 계실 때는 못 전해주고 그냥 그 시계를 갖고 있다가 퇴임하셔서 집 지어서 오고 나니까 그 시계를 그쪽에서 여사님한테 갖다 주고 와서. 이걸 돌려줄 방법도 없고 대통령 아시면 화내실까 봐 (여사님이) 서랍에 숨겨 놓았다는 거예요.
그런데 'e지원' 관련 압수수색이 임박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해서 재물조사를 하다가 그때 대통령이 그 얘기를 알 게 된 거예요.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저한테 거짓말하셨을 리는 없다고 보는 데요. 너무 화가 나서 그 시계를 망치로 두들겨서 부숴버렸대요, 너무 화가 나서. 그러니까 그게 무슨 시계인지도 몰랐고 얼마짜리인지도 모르지만, 너무 화가 나서 시계를 망치로 부숴서 버렸다고. 제가 들은 얘기는 이거예요.
대통령이 그 얘기를 하시기에 제가, "대통령님 제가 그런 얘기 궁금해서 온 게 아니고 너무 힘드실 것 같아서 하신 일도 많고 좋은 일도 많이 하셨다는 그런 말씀드리고 밥 같이 먹으려고 온 거니까 그런 얘기 그만하십시오."라고 하면서 다른 얘기 하면서 놀다 왔는데, 제가 들은 얘기는 그거였어요.
(언론이 '논두렁 시계 보도'를 기정사실로 해서 보도한 것에 대해) 언론의 생리죠. 언론의 생리라고 봐요. 상업 언론의 기본 생리. 정치적인 그런 것도 있지만.
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고 봐요, 그런 시계가 그렇게 그렇게 오는 것이. 대통령이 저한테 거짓말한 적은 한 번도 없으시니까. 사실과 다른 걸 말씀하신 적이 없으시니까. 저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요.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 것은.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이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표현을 하셨나 하면, "애초에 대통령이 된 것이 잘못이었는지 모른다. 나는 나름대로 준비하고 이 권력의 세계로 들어왔는데, 내 주변 사람들은 아무 준비 없이 나로 인해서 여기로 끌려들어 왔다. 애초에 대통령이 되려고 했던 그 자체가 잘못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자책을 하셨고요.
다만, 본인이 알았다 몰랐다 이거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내가 알았다는 것과 몰랐다는 것은 나한테는 차이가 없지만, 다른 사람(지지자나 국민들)에게는 크게 다르다. 그래서 사실이라도 지키고 싶었다."
(이상, 저널리즘 토크쇼 J '노무현과 언론개혁' 중에서)
위 내용은, 유시민 이사장이 저널리즘 토크쇼 J의 '노무현과 언론개혁' 편에 출연했을 때 말했던 내용인데, 그밖에 좋은 내용이 많이 있으니 찾아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특히, '대통령'과 '국민' 그리고 '언론'에 대해 상당히 시니컬한 분석을 했는데, 어떻게 저 정도까지 말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무정의 상태에서 객관적으로 현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대목은 오랫동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너무 냉소적이다 싶을 만큼 무서울 정도로 객관적이고 철학적인 해석을 하다가도, 노 대통령 서거와 관련된 얘기를 할 때 끝내 울컥하는 모습을 보면, 아직 완전히 치유되어 벗어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취임하고 요 근래, '이제는 괜찮다. 이제는 웃으면서 말할 수 있다'라는 말을 많이 하던데, 그 말이 긴 시간 아픔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자의 자기암시였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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