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는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를 조롱한 것이다며 네티즌에게 뭇매를 맞은 최근의 자사 광고 영상을 결국 삭제했다. 유니클로의 광고 영상이 문제가 된 이유는 15초짜리 광고 영상에 사용한 한국어 자막 때문이다. 광고에서 13세 소녀가 98세의 할머니에게 "제 나이 때는 어떤 옷을 입으셨나요?"라고 묻는다.
그러자 할머니는 "세상에, 그렇게 오래된 일은 기억할 수가 없구나."라며 대답한다.
그러나 광고 영상 하단에는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는 한글 자막이 나온다. 할머니의 대답 중에서 '오래된 일'이 한국에서만 '80년도 더 된 일'로 의역된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일제강점기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를 모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은 대목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네티즌들은 해당 영상이 공개되자 즉각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의도적인 게 확실하다'는 의견에서부터 '세일 판매에 구매한 나 자신이 창피하다'는 등 유니클로의 해당 광고를 보고 분개한 반응들이 많았다.
그러나 유니클로 측의 최초 입장은 단호했다. 해당 광고에는 정치적 의도가 없었고 영상을 수정하거나 삭제하지도 않겠다고 밝혔다. 유니클로의 이러한 '막장'식 태도에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이틀 전에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직접 출연한 패러디 영상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패러디 영상에 출연한 학생이 할머니에게 "제 나이 때 얼마나 힘드셨어요?"라고 묻자, 양금덕 할머니는 "그 끔찍한 고통은 영원히 잊을 수 없어."라고 답한다.
네티즌들의 분노와 비판이 거세지고 해당 광고를 비판한 패러디 영상까지 만들어져 퍼지자, 유니클로 측은 입장을 바꿨다. 최초, 광고를 수정하거나 삭제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입장에서, 문제의 광고를 모든 매체에서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여기까지가 언론에 많이 보도된 내용인데,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에 의하면 유니클로의 해당 광고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심각한 수준의 상징물이 많이 내포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유니클로의 광고는 처음부터 한국을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유니클로 광고에는 98세의 할머니가 등장한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광고 속에 등장하는 할머니의 나이도 상징적인 것이라 말한다. 98세라는 나이의 의미를 쫒기 위해서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로 거슬러 올라야 한다. 지난해 대법원은 일본 전범 기업이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냈다.
이 대법원 판결은 대단히 큰 이슈가 됐었다. 왜냐하면, 과거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대법원이 해당 재판을 놓고 거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고, 사법 농단의 한 사례로 꼽혔던 재판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지키고 일본과도 우호적 관계를 만들고 싶었던 박근혜 정부와 당시 상고법원 설치가 목표였던 양승태 대법원이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재판은 긴 시간 동안 판결이 지연됐었다.
그렇게 지연됐던 대법원 재판이, 정부가 바뀌고 지난해 10월에서야 판결이 났다.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 판결을 빌미로 '수출규제', '무역보복'을 단행한다.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이춘식 할아버지는 대법원 판결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유니클로 측이 광고에 등장시킨 할머니의 나이를 98세로 설정한 이유를 여기서 찾았다. 지난해 한국과 일본에서 크게 이슈가 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재판의 유일한 생존자였던 이춘식 할아버지의 판결 당시 나이가 98세였다는 것이다.
일본의 우익 정치인들이 한국인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를 비난할 때 자주 사용하는 논리가 있다. '아주 오래전 일이라 기억하지도 못할 일인데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 우익 정치인들의 이러한 논리 구조가 광고에 녹아있다고 주장했다. 유니클로 광고에 등장하는 98세의 할머니는 '오래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유니클로 광고에 함께 등장하는 13세 소녀의 나이도 상징적인 나이라고 말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공식 문서에서 가장 어린 위안부 피해자의 나이는 15세이다. 그런데 그 당시의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세는 나이를 사용했다고 한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만 나이를 적용하면 13~14세의 소녀가 가장 어린 위안부 피해자라는 것이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유니클로 광고가 '13세 무렵의 일을 지금에 와서 기억할 수나 있는가? 다 잊어버렸다.'는 식으로 조롱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유니클로 광고가 한국에서만 '80년도 더 된 일'로 의역한 부분을 지적했다. 앞서 살펴봤듯이, 유니클로 광고는 13세 소녀가 98세 할머니에게 "How did you used to dress when you are in my age? (할머니는 제 나이 때 어떤 옷을 입으셨나요?)"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98세 할머니는 "Oh my god! I can't remember that far back. (세상에! 그렇게 오래전 일은 기억할 수가 없단다)"라며 답한다.
그런데 98세 할머니의 이 대답은 한국에서만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며 의역되어 한글 자막으로 표시된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이 대목을 강조한다. 굳이 한국에서만 '80년도 더 된 일'이라 표기한 것은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80년 전인 1939년은 일제가 '국민 징용령'을 제정하고 조선 등의 식민지에서 폭압적인 강제징용이 시작된 해이다. 조금 더 전인 1937년은 일제가 중국을 침략한 해로, 식민지에서 위안부 강제 동원이 본격화된 시점이다. 이처럼, 유니클로 광고는 등장인물의 나이 설정 및 대사 등 광고 속에 포함된 여러 가지 장치를 통해서,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 피해자를 모독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호사카 유지 교수는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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