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 보복 전개 과정 요약정리. 일본이 수출 규제하는 이유.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일본이 우리나라에 수출하던 품목 중 일부에 대해 수출 규제를 함으로써, 무역을 통해 일종의 보복 조치를 하고 있다.
수출 규제 품목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불화수소) 이렇게 세 가지 품목이다.
현재는 위의 세 가지 품목에 대해 규제하고 있지만, 앞으로 품목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는 일본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는 한국 경제뿐만 아니라 일본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에칭가스(불화수소) 등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핵심 소재 일부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호황기를 맞을수록 일본 기업의 수출량도 그만큼 증가하는 것이다. 이것이 일본이 그동안 수출 허가 신청 면제 대상에 한국을 포함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반도체 기업이 잘 되면 관련 소재를 수출하는 일본기업도 잘 되는 구조이다. 그리고 한국기업이 일본기업으로부터 관련 소재를 수입해 가공한 제품을 다시 일본으로 수출하기도 한다.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는 한국 경제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본 기업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일본 경제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 정부의 무역 보복 조치가 일본 재계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다.
일본 재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일본 정부는 전략을 수정한다. 한국 수출 규제를 일본의 '안보'와 연계시켜 일본 재계와 시민사회에서 나오는 비판 여론을 차단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에칭가스(불화수소)를 수입하고 그것을 다시 북한으로 보낸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이 그 에칭가스(불화수소)를 활용해 살상 무기를 제조한다는 것이다.
불산은 불화수소를 물에 녹인 휘발성 액체로, 우라늄 농축 과정에서 필요한 물질이다. 그렇지만, 에칭가스(불화수소) 같은 고순도 불산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불산은 형석을 황산에 녹여 만드는데, 형석 채굴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이다. 그리고 북한은 연간 100만 톤의 황산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필요한 불산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북한이 훨씬 높은 비용을 들여서 에칭가스 같은 고순도 불산을 몰래 수입한다는 주장은 황당한 억측에 불과하다.
이처럼, 일본 정부의 황당한 주장은 상식 차원에서 반박될 수 있다. 억측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지난 12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양자협의에서는 북한 관련 주장에 대해 슬그머니 발을 빼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날 일본 측 대표단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출된 에칭가스(불화수소)가 북한을 비롯한 제3국으로 수출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일본에서 한국으로 가는 수출에서 법령 준수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얼버무렸다.
일본 도쿄의 경제산업성 별관에서 열린 이 날 실무 협의는 일본의 연출이 돋보였다. 국가 간 실무 협의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흔적들이 보였다.
테이블 위에 참석자의 이름표도 없었고, 한국 대표단이 들어올 때 인사는커녕 가만히 앉은 채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양측 대표단 사이로 보이는 화이트보드에는 종이 두 장을 이어 붙여 '수출 관리에 대한 사무적 설명회'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다.
창고 같은 회의실의 구석에는 간이의자가 쌓여있기도 했고, 바닥에는 기자재 파편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기도 했다. '홀대하겠다. 홀대하겠다.' 이런 메아리가 환청으로 들릴 정도의 훌륭한 연출이었다.
일본 NHK 방송은, 이날 일본 측 대표단이 '한국 수출 규제는 안보상 우려에 따른 자체 판단'임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 가능한 원료의 관리를 제대로 못 했기 때문이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실무 협의가 끝나고 같은 논리의 브리핑을 했다.
그러나 지난 2일에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수출 규제 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다음날인 3일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입을 털었다.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일본의 시민단체에서도, 일본의 이번 수출 규제 조치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된 보복행위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제징용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은 1965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맺은 한·일 청구권협정에서 시작된다.
1965년 당시 박정희 정권이 한일협정을 맺으며, 일본으로부터 무상 3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1,080억 원)의 청구권 자금과 유상 2억 달러(약 720억 원)의 공공차관을 받았다.
일본정부의 주장은, '1965년에 한·일 청구권협정을 맺음으로써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은 모두 끝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 정부의 주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반박된다.
첫째, 당시 일본이 제공한 3억 달러는 일본이 일제강점기에 저지른 만행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하며 지급한 배상금이 아니다. 1965년에 일본 정부는 '독립축하금', '경제협력자금'이라는 명목으로 한국 정부에 총 5억 달러의 무상자금과 차관을 제공했다.
그 당시에도 국가 간 공식적인 차원에서의 '반성'과 '사죄'의 의미는 담기 싫어서 자기 스스로 저런 식의 명분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35년을 지배한 한국에 3억 달러를 지급했고, 3년을 지배했던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는 각각 5억5000만 달러, 2억2308만 달러를 지급했다.
둘째, 1965년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제공한 3억 달러가 배상금의 성격이 있다 할지라도 그건 국가 차원에서의 배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90년대까지 강제징용을 당한 한국인의 개인 청구권을 부정하지 않았다.
2018년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1인당 1억 원씩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일본에서는 일본기업이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났다. 한국 대법원은 일본 재판부 판결의 국내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 '일본 법원의 판결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어긋난다는 원심의 판단은 관련 법리에 비춰 모두 타당하다'고 밝혔다.
일본 법원의 판결은 일제의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전제로 내려진 것인데, 이는 우리 헌법 가치에 반하기 때문에 국내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 대법원의 이 판결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13년 8개월 만에 얻어낸 결실이다.
이 대법원 판결은 긴 시간 확정되지 못하고 지연됐었는데, 박근혜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 그리고 일본 전범 기업 법률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김앤장'이 서로 결탁하여 재판을 지연시켰다는 혐의가 있다.
'사법 농단' 사례 중 하나로 지목되는 이 혐의에 대해서도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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