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문건. 최소 4명은 이미 알고 있었다.

3월 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故 장자연 씨의 동료 윤지오 씨가 출연해 그간의 수사 과정과 사건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밝혔다. 윤지오 씨는 당시 故 장자연 씨와 같은 회사에 소속된 배우이자, 언론사 관계자 등이 포함된 문제의 술자리에서 성추행 행위를 목격했던 인물이다. 

윤 씨는 이번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의한 재조사 이전인 9년 전 수사과정에서 이미 십여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그때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증언한 이후, 윤 씨는 이사를 수차례 다니는 등 더는 한국에서 생활할 수 없을 정도로 언론의 취재에 시달렸다고 한다. 배우로서 일을 할 때나, 재학 중인 대학원에서나 언론사 취재가 따라붙었고, 심지어 경찰 조사 이후 귀가 할 때도 특정 언론사가 미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윤 씨는 이번 재조사 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9년 전에도 '문건'이 일부 소각되기 전인, '완전한 문건'에서 동일한 언론사의 세 명의 같은 성씨를 가진 이름을 봤다고 진술했고, 성추행이 행해진 술자리에서 조선일보 전직 기자인 조 모 씨의 행위를 목격했음을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날, 인터뷰에서 윤 씨는 9년 전 당시 경찰 수사가 수박 겉핡기 식의 부실한 측면이 있었다는 견해를 전했다. 어떤 부분에서 부실한 면을 느꼈는지 예를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에, 윤 씨는 경찰이 당시 술자리에서 피의자가 어떤 구두를 신고 있었는지, 구두의 색깔이 뭐였는지 등 본질에 벗어난 질문을 했다고 답했다. 또한, 윤 씨가 기억하고 있지 못한 부분을 끄집어내겠다는 목적으로 최면 수사를 진행했는데, '최면 상태에서는 특정 부분에 대해 진술을 했으면서 (깨어나서는)왜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가'라는 식의 추궁을 했다고 한다.

윤 씨는 장자연 씨와 함께 있었던 소속사에 위약금을 지급하고 나온 이후, 소속사 측 누군가 가로부터 '자연이가 뭘 쓴 게 있는데 너도 쓰지 않을래?'라고 윤 씨에게 물어온 적이 있었다고 한다. 윤 씨는 이미 소속사를 떠난 이후였기에 제안을 한 사람을 만나지 않았지만, 그때 (장자연이)썼다는 게 그 '문건'이 아니었을까 추측된다고 말했다(윤 씨에게도 쓰지 않겠느냐고 제안한 이 사람이 문건을 공개했다고 함).

이날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보면, '장자연 문건'은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 최소 4명이 이미 알고 있었던 셈이다.

1. 장자연 씨 소속사 A사의 대표 김 씨

유가족(故 장자연 씨)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소속사 전 대표가 중간에서 전달자 역할을 했던 윤지오 씨에게 문건을 건네줌.

2. 장자연 씨 소속사 A사의 관계자 유 씨

윤 씨가 소속사를 떠난 시점에서, 윤 씨에게 '자연이가 뭘 쓴 게 있는데 너도 쓰지 않을래?'라고 제안했던 소속사 관계자이자, 문건을 공개한 사람(문건이 공개된 이후 시점에, 윤 씨에게 '네가 문건을 갖고 있다가 공개한 거로 해주면 안 되겠냐?'고 부탁하기도 함. 윤 씨는 이런 대화가 담긴 녹음 파일도 수사 과정에서 제출했다고 한다).

3. 장자연 씨 소속사 A사와 갈등 관계였던 B사의 대표

A사 관계자 유 씨와 함께 A사 대표 김 씨를 압박하기 위해 '문건' 작성을 제안했던 것으로 추정(3월 6일, 윤지오 씨가 출연한 매체와 동일한 매체에 장자연 씨가 가고 싶어 했던 C사의 대표가 출연해 관련 내용을 언급함).

4. 장자연 씨가 가고 싶어 했던 C사의 대표 김 씨

장자연 씨의 장례식 때, 윤 씨에게 문건의 존재를 알림. 이날, 윤 씨는 문건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됨.

윤 씨는 장 씨가 왜 이런 문건을 작성했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고 말하며, 본인은 '장자연 문건'이 유서가 아니라, 장 씨가 기획사를 떠나기 위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작성한 문건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씨는 작년 2월 JTBC, 7월 MBC 등 신분을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지만, 얼굴과 이름을 모두 공개하며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얼굴을 공개하며 공식적으로 인터뷰에 나선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10년이라는 시간이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그동안 숨어 살기 급급했었다. 저 같은 피해를 겪은 분들이 세상 밖에서 당당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가해자가 움츠러들고 죄의식 속에 살아야 하는데, 피해자가 오히려 책임감과 죄의식을 가지고 사는 현실이 한탄스러웠다. 이제는 좀 바뀌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용기를 내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