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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경호원 기관단총에 씌우는 두 가지 키워드

current affairs/정치

by Mr. Kim_ 2019. 3. 25.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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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총에 씌우는 두 가지 키워드 - '위화감', '공포감'


지난 3월 22일,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경호원이 기관단총을 소지하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여의도식 코미디'가 다시 뜨고 있다. 요즘 '일요일 TV 예능'이 주춤하니 일부 정치인들이 국민 복지 차원에서 다시 한 번 나서는 듯하다. 


칠성시장 기관단총


지날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할 당시, 청와대 경호원이 외투 속에 기관단총을 품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어 논란이 되고 있는데,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에 의하면 본인의 휴대전화로 오는 관련 제보들 때문에 '카톡과 문자가 불이 났다'고 한다. 또한, 그는 사진이 '섬뜩하고 충격적'이라고 했다. '민생시찰 현장에 기관단총을 보이게 든 것은 경호수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이며 '사진이 합성이길 바란다'는 애틋한 소망을 전했다.


유형창 경호부장

사진에서 왼쪽 유형창 경호부장, 오른쪽 김영삼 대통령

사진 : ROTC 전문잡지 'LEADERS' WORLD'


그러나 하태경 의원의 소망과는 별개로, 사진은 합성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대통령 경호실에서 20여 년간 경호부장, 수행경호과장 등을 역임했던 유형창 경남대 교수가 오늘 아침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사진과 관련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 대통령 경호 시 기관단총을 항상 소지하는가?

기관단총은 권총과 장총을 결합하여 소형화시킨 형태이기 때문에 품속에 들어가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소지하고 운용하는 것이 경호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다. 


◆ 사진이 처음 논란이 됐던 것이, 무장 테러 상황에서만 기관단총을 가방에서 꺼내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는데, 테러 상황이 발생해야 기관단총을 꺼내는 것이 경호 수칙인가?

그건 경호를 전혀 모르고 무시한 상태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호정보 상황분석에 따라서 경호책임자가 다양한 경호활동기법을 지시할 수 있고, 그에 따라서 운용하는 것이 경호의 기본 수칙이다. 그래서 (통제되지 않은) 다변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기관단총을 품속에 넣어 운용의 방법을 달리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다가 사진으로 나오다 보니 이렇게 희화화되는 그런 모습을 보이는데, 섣불리 판단하고 함부로 예단해서 상황을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 검색대를 통과하지 않은 불특정 다수가 있는 공개된 장소였기 때문에, 경호 수칙상 그럴 수 있다고 한 청와대 해명이 타당하다고 보는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말했듯이, 경호환경이라는 것은 동일한 환경만 제시되는 것이 아니다. 그때그때 환경에 따라 가변성이 있고, 그에 따라 얼마든지 이러한 형태는 취할 수 있기 때문에 경호실의 해명은 맞다고 본다. 이런 모습은 경호 시,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일반화된 모습인데, 사진에 찍히다 보니 희화화하고 일반화시키는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다.


◆ 20여 년 동안, 대통령을 경호하고 경호부장까지 하신 경험이 있으신데, 과거 어떤 대통령하에서도 이런 경호수칙은 마찬가지다, 서울이든 대구든 광주든 장소와 관계없이 마찬가지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 지역이 어디이든, 요즘 같이 글로벌한 환경 속에서 세계 어디를 가든지, 이러한 것은 일반화되어 있고, 우리 경호수칙이란 것이 (장소에 따라)변화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기관단총은 어디서든지 소지하고 운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사진이 공개되고 논란이 만들어지자, 자한당 대변인 민경욱도 가세했다. '섬뜩하고 충격적'이라는 하태경의 평가에 이어, 민경욱은 '충격이며 경악할 일'이라는 논평을 냈다. 이들의 감정상태는 '충격'이 겹쳤고, '섬뜩'과 '경악'으로 간발의 차이를 드러냈다. 자한당 민경욱의 논평에서 또 눈에 띄는 것은, '무장테러 베이스캠프', '대통령의 공포심'이라는 표현이다. "기관총이 아니고서는 마음 놓고 대구를 방문하지 못하겠다는 대통령의 공포심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논평했다. 사실 이런 문장은, 격렬하게 반응해줄 준비가 되어 있는 일부 열성 지지자들을 제외한 다수의 국민에게는 '주말 TV 예능'의 '여의도 버전'으로 소비될 것이다.


청와대는 이렇게 만들어진 논란에 '기관단총 경호'의 다른 사진을 제시하며 반박했다. 이전 정부의 기관단총 경호 모습과 올해 2월 기관단총 경호 사진을 제시하며 일반적인 경호형태임을 설명한 것이다. 


 이명박 기관단총

2008년 8월 서울숲



 박근혜 기관단총

2015년 7월 3일 광주 월드컵경기장



 인천공항 기관단총

2016년 6월 29일 인천 공항




 롯데호텔 기관단총

2019년 2월 서울 롯데호텔



 경남 창원 기관단총

2019년 3월 5일 경남 창원



그러나 이런 반박은 애초에 필요 없었다고 생각한다. 올해 2월, 서울 롯데호텔에 '모디' 인도 총리가 방한했을 때는 더 적나라한 모습도 노출됐지만, 하태경과 민경욱을 포함해 그 누구도 '충격'과 '섬뜩', '경악'이라는 감정상태에 놓이지 않았다. 


인도 총리 기관단총

 2019년 2월 서울 롯데호텔


그렇다면 이번 대통령 경호는 무엇이 예전과 달랐기에 그들의 논란의 소재가 되었던 것일까? 대통령 경호가 달랐던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방문한 '장소'와 논란을 소비하게 될 '대상'이 달랐다. '대구''재래시장'이 포인트였던 것이다.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는 기관단총이 아니라 더한 것이 목격돼도 이번만큼의 논란 포인트가 없었을 것이다. '대구'는 정치지형에서 상징적인 곳이다. 자한당과 바른미래당의 정서적 고향이자, 지지자들이 몰려있는 '텃밭'과도 같은 곳이다. 바로 이런 뜨거운 곳에 대통령이 방문한 것이고 더불어, 호텔보다 더 많은 '표'와 '민심'이 몰려있는 '재래시장'에 방문한 것이다. 이렇게 그들로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는 곳에 대통령이 방문했고, 따라서 뭔가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날, 대통령이 칠성시장 상인들, 시민들과 악수를 하고 사진도 찍으며, 마, 연근, 딸기, 포도 등을 사는 영상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영상 속에서 시민들은 저마다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을 하기 바빴고, 악수를 청하는 시민들이 주위를 빼곡히 둘러싸고 있다. 그날, 칠성시장의 풍경이 생생히 담긴 영상들이 퍼져있음에도, 민경욱은 대통령이 대구를 '무장테러 베이스캠프'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심을 표했고, '대통령이 기관총 없이는 대구를 방문하지 못하겠다는 공포심을 드러냈다'는 애처로움을 넘어서 처절하기까지 한 주장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논란을 보면, 대통령이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할 당시, 청와대 경호원이 소지한 기관단총에는 두 가지 키워드가 씌워져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하태경의 '위화감'이고, 다른 하나는 민경욱의 '공포감'이다. 하태경은, 대구 칠성시장의 상인들과 시민들이 '청와대 경호원의 기관단총을 보며 위화감을 느꼈다'는 것이고, 민경욱은 '대통령은 기관총이 필요할 만큼 대구에 대한 '공포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들 주장이다. 아니 바람인가?


하태경에게 묻고 싶다. 우연히 그가 있는 곳에 대통령이 방문했고, 주변에 기관단총을 소지한 경호원이 있다면 위화감을 느낄 것인가? 일반 시민들도 하태경 당신과 같다. 그런 상황에서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날, 칠성시장에 대통령과 함께 있었던 시민들은 연신 휴대전화의 촬영 버튼을 누르기 바빴고, 잠시나마 여유가 있던 다른 손은 악수를 청했고, 그도 아니면 박수를 치며 환호했을 뿐 다른 여념이 없었다. 그런 곳에서 '위화감'이 무슨 말인가? 1980년 5월 어느 날, 마치 전두환이 광주를 방문하기라도 한 것처럼 그런식의 위화감을 느낄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지금 상황을 보라. 그날 시장에 있었던 시민들 중에 위화감을 느꼈다고 호소하는 시민은 없고, 시민들이 위화감을 느꼈을 것이라 주장하는 정치인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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