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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기관단총 경호와 언론. 그리고 최대 수혜자

current affairs/정치

by Mr. Kim_ 2019. 3. 27.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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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의 페이스북으로부터 시작된 이번 콩트(conte)는, 하태경의 페이스북이 제공한 소재를 언론이 일제히 받아먹으면서 급속히 확산하는 양상을 보였다. 언론이 이른바 '기관총 경호'라는 콩트 소재를 어떻게 소비하는지, 어떻게 재생산하는지를 인터넷 기사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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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기사는 하태경과 청와대 사이에서 벌어지는 '부름'과 '응답'을 그대로 실어 나르는 모습이고 일부는 '과잉경호'에 슬며시 힘을 실어 보는 모양새다. 이번 사안만큼은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 편한 상황이다. '기관총'이라는 한눈에 띄는 아이템과 선두에 서서 리드하는 '하태경'이라는 리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태경-청와대-하태경-청와대로 이어지는 현장 상황을 그냥 '중계'만 해도 기사가 되는 경우였다. 그 와중에,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사진까지 공개하며 대응했고, 다시 하태경이 대응하는 등 후속 기사까지 챙겨주는 모양새로 진행됐다. 



몇몇 인터넷 기사 중 눈에 띄는 것은 3월 25일 '데일리안'의 기사이다. 

'기관총 사진' 6장 공개…靑 과잉경호 논란에 '과잉대응'?

'기관총 노출' 지적에 MB·朴 시절 사진까지 공개, 

'열린경호' 기조도 '광화문 집무실' 진정성도 날려"

위에 보는 바와 같이, 메인타이틀과 서브타이틀로 기사를 구성했다. 청와대에서 이전 정부의 경호 모습과 이번 정부의 경호 모습을 사진으로 공개한 것은 대통령이 누군가와 관계없이, 경호 수칙에 따른 일관된 '청와대 경호'였음을 보여주기 위함이었고, 대부분의 다른 기사들은 그러한 청와대 취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데일리안'의 해당 기사는, 이전 정부를 끌어온 것이 현 정부의 허물을 덮거나 희석하기 위한 수단으로 왜곡될 여지가 있도록 살짝 비틀어 놓았다. 이처럼 '데일리안'의 해당 기사는 아주 기술적으로 작성된 것 같다. 기사 제목에도 '과잉대응' 뒤에 '?'를 더해 강약조절을 하는 동시에, 소제목을 통해 '광화문 집무실'까지 알뜰하게 챙기고 있다. 


[데일리안 여론조사] 文대통령 지지율 43.7%…부정평가 올해 최고치 51.3%

'데일리안'의 오늘 자(3월 27일) 기사 제목이다.  '알앤써치'의 정기 여론조사(지난 25~26일 전국 성인남녀 1128명(가중 1000명)을 대상, 전체 응답률은 6.2%,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2.9%포인트) 결과를 취재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43.7%로 지난주보다 4.1%포인트 떨어졌다는 내용이다. 


기사에서는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인사문제'와 '경제 불안감' 그리고 '기관총 노출 경호 논란에 대한 미숙한 대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알앤써치 김미현 소장의 분석을 인용했다. 알앤써치 김 소장의 입을 빌려오긴 했으나, 앞선 기사와 맥이 이어지는 모양새이다. '기관단총 경호' 논란에 청와대가 6장의 사진을 공개하며 해명한 것에 씌웠던 '과잉대응' 프레임도 여전히 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인위적 사건, 특히 정치적 사건에는 반드시 수혜자가 있기 마련이다. 지난 주말, 한바탕 몰아쳐 지나간 '기관단총 경호' 논란의 수혜자는 누구일까? 최대 수혜자는 며칠간 기사를 쏟아낼 수 있었던 언론보다도 청와대와 뜻밖의 소통?을 이어간 하태경이다. 논란의 진행 양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기관단총이 노출된 청와대 경호원의 사진을 보고 '섬뜩하고 충격적이다'며, '청와대는 사진 진위 여부를 즉각 답변해달라'는 하태경의 외침. 2) 대통령과 관계없이 경호수칙에 따른 일관된 경호였음을 사진을 제공하며 해명하는 청와대. 3) 그냥 사과하면 될 것을 무리한 대응하는 정부가 옹졸하다는 하태경. 


잇몸 하태경



이런 웃지 못할 콩트가 진행되면서 하태경은 수많은 기사에 이름을 올리며 두둑하게 자기 몫을 챙겨 갔다. 하태경은 어떤 면에서는 영리한? 영악한? 정치인이다. 핫한 정치 이슈를 선별할 줄 알고, 언론이 잘 받아먹을 수 있도록 메시지를 가공할 줄 아는 정치인이다. 사실, '기관단총 경호'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는 입장에서의 핵심은, 하태경이 말했듯이 '시민들의 위화감'이다. 현장에 있던 대구 칠성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이 기관단총이라는 총기를 보며 위압감, 공포감, 위화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이 논란이 참 공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지점이다. 그날 칠성시장에 어떤 위화감이 있었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시장에는 온누리상품권을 꺼내들어 봄나물과 연근, 딸기, 포도 등을 사는 대통령과, 사진을 찍거나 악수를 청하고 또는 박수를 치는 상인과 시민들. 그리고 시민과 대통령을 등진 상태로 외부를 주시하며 경호 업무 중인 기관단총을 소지한 경호원이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어딘가에서 그 날의 사진 한 장을 보며, 시장에 있었던 시민들이 위화감을 느꼈을 것이라 주장하는 정치인이 있었다.


어쩌면, 하태경 또한 이 정도로 재미를 볼지 예상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기관단총 경호'와 관련한 해명을 공식 채널이 아닌, 문자를 보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지극히 당연한 직무수행이며, 이전 정부에서도 똑같이 해온 교과서적 대응"이라는 해명을 출입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대신한 것이다. 


논란이 하태경의 페이스북을 통해 양산된 터라, 공식 브리핑의 필요를 못 느꼈을 수 있었겠으나, 그 때문에 청와대가 포함된 공방이었지만 국민은 청와대의 공식 입장을 직접 알 수 없었고 기사를 통할 수밖에 없었다. 해당 뉴스를 접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하태경의 페이스북과 언론의 기사만 쳐다볼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되면서 불필요하게 논란이 길게 늘어지는 양상이 됐다.  그 과정에서 하태경은 제대로 실리를 챙겼고, 뒤늦게 숟가락을 얹어 보려는 정치인도 있었으나, 이미 단물은 다 빠진 상태였다. 이렇게 '기관총 경호 논란(feat. 허상의 위화감)'은 하태경의 '뜻밖의 수확'으로 매듭이 지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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