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한국 주식 시장에서는 금투세가 우리 주식 시장을 억눌렀고, 금투세만 폐지되면 주식 시장에 활기가 돌 것이라는 논리가 만연했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 금투세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현재 국민의힘 원내 대표인 추경호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고, 당시 여야가 합의하여 처리한 법안이었다. 그럼에도 최근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며 정치 지분 챙기기에 앞장선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였다.
어쨌든, 금투세는 결국 폐지됐다. 금투세 폐지 후, 우리 주식 시장은 어떠한가? 금투세가 폐지됐지만, 우리 주식 시장은 여전히 냉기를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금투세가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나름 있었겠지만, 정작 우리 주식 시장을 억눌렀던 것은 금투세가 아닌 다른 변수였고, 내·외부의 다른 변수들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며 존재한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이제는 금투세 소용돌이가 지나갔으니, 지금이라도 우리 주식 시장을 억눌렀던 변수들을 찾는 방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한국 주식 시장 자체가 매력 있고 투명한 시장이라면, 누구라도 투자 욕구를 느낄 것이다. 그러나 시장 자체가 매력도 없고 투명하지 못해 투자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거나, 투자 자체가 겁나는 상황이라면 투자 자본이 유입되기 힘든 것이다.
우리 주식 시장의 암적 요소는 무엇인가?
금투세 폐지 논란이 한창이었을 때, 크게 세 가지 의견이 존재했다. 하나는 '지금 당장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시장 개선 조치를 먼저 하고 그다음 금투세를 폐지하자'는 것, 세 번째는 '금투세 폐지와 시장 개선 조치를 같이하자'는 것이었다.
이 같은 논의들의 공통점은 우리 주식 시장이 개선되어야 하고 개선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에는 누구도 이의가 없었기 때문에 이제라도 그런 개선 조치를 해야 한다.
금투세 소용돌이가 걷어진 전선에서 가장 첫 번째로 꼽히는 주식 시장 개선 과제는 바로 '상법 382조 개정'이다.
상법 382조 3은 이사의 충실 의무에 관한 조항으로,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키워드는 '회사를 위하여'이다. 무엇을 위하는가? 즉, 이사가 위하는 대상이 결국 의무의 대상이고 행동 양식의 대상이고, 가치 지향의 대상인데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상장사, 주식회사들의 이사들은 법에 따라 회사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 이러한 명시 자체는 나쁠 것이 없다.
그런데 다른 나라의 경우, 이사는 회사를 위해서 일하라는 의무 조항이 있어도, 회사와 회사의 주인인 주주 등 여러 가지 대상을 모두 고려하게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는 대법원에서 묘한 판결문이 나왔다.
삼성 에버랜드 전환 사채 관련 대법원판결이 가장 기념비적인 판결인데, '이사는 회사를 위해 사무를 처리하는 자는 맞는데, 개별 주주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는 아니다. 회사를 위해 일하면 되고, 나머지 사무는 돌볼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성립된 것이다.
그 이후부터, 우리나라에서 상법 382조 3은 '이사는 회사만을 위하며 주주는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법조문이 해석되고 있다. 즉, 주주라는 주체와 회사라는 주체를 분리하여 회사 입장에서만 행동하면, 회사의 다른 구성원들이 피해를 당하거나 손해를 보는 등 이익의 침해를 당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LG 화학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 많은 주주들이 긴 시간 동안 회사에 헌신했는데, 갑자기 회사가 물적 분할되고 주주들은 피해를 보게 됐다. 위의 대법원 판례 이후, 이런 경우에도 이사는 책임의 의무가 없다.
이사의 결정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을지 몰라도, 주주들의 이익은 이사의 의무 사항이 아니고, 회사는 손해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사는 책임을 면피한다.
이렇듯, 이사는 회사의 논리와 대주주의 논리만 잘 지켜주고, 주주들은 신경 안 써도 된다는 식의 기업 구조가 우리 주식 시장 안에 고착되어 있다. '누가 주식 투자하겠나?'라는 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상법 382조 3의 개정
이런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해 상법 382조 3의 개정이 시급하다. 상법 382조 3 법 조항 중 '회사를 위하여'라는 문구에 '주주'만 더 추가하자는 것이다.
기존의 '회사를 위하여'라는 문구에 '주주'를 포함한 개정안이 현재 발의되어 있다.
이런 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의무에 '주주의 이익'도 포함하는 것이고, 이것이 상법 개정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상법 382조가 이렇게 개정되면 그 어떤 회사라도 소주주를 위해 일해야 할 의무가 생기게 된다.
이러한 개선은 우리 주식 시장을 건강하고 투명하게 만드는 것으로, 자연히 보통 사람, 일반 사람들이 주식 투자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분명한 시장 개선 사항이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세력, 기존 기업 구조에서의 기득권층이 반대 목소리를 내며 전면에 나서기 마련이다. 이사나 대주주들이 그들이다.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다 보면, 이익 침해에 관한 다양한 소송을 당하게 되는데, 그러면 회사가 모험적 투자·장기 투자를 못 하게 된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이다. 그러나 이것은 허울 좋은 명분이고 진짜 반대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사들은 웬만해선 감옥에 들어가지 않는데, 배임 혐의가 입증되면 감옥행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배임이란, 쉽게 말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반하여 손해를 끼치거나, 사익을 취하면 배임 행위가 된다.
위에 언급한 대로, 기존의 상법 382조에서는 이사가 주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결정을 해도, 회사만을 위하면 배임 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상법 382조가 개정돼서 이사의 의무에 주주들의 이익도 포함되면 말이 달라진다.
회사의 이익과 더불어 주주의 이익도 이사의 의무 사항에 포함되면,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했을 때 배임 혐의가 성립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사가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도 책임 면피를 할 수 있었다면, 상법 382조가 개정되면 이사의 사법 리스크가 커지게 된다.
바로 이것 때문에 이사와 대주주들이 상법 382조 개정을 반대하는 것이다. 금투세 폐지가 결정된 날, 국내 대기업들의 자본이 들어가 있는 우리나라 주요 경제지들은 모두 '상법 382조 개정'을 정조준했다.
금투세 폐지에 관한 기사보다, '상법 개정 같은 논란을 만들지 않고, 주주 간의 갈등을 없애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기사와 칼럼이 대부분의 지면을 덮었다. 금투세 이후 우리나라 주식 시장 주요 과제가 '상법 개정'이란 것을 미리 알고 먼저 선수를 친 것이다.
물론, 앞에서 말한 대로 회사와 더불어 주주의 이익도 보호하는 취지로 상법 382조가 개정되면, 이사가 기존처럼 행위를 했을 때 배임 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으므로, 상법 382조 개정에 극구 반대하고 싶어 한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의 바람과 달리, 그게 우리 주식 시장을 개선하는 방향이란 것이다.
우리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따져 보면, 상법 382조 개정은 금투세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과제이다.
해외 다른 나라들의 이사 의무 조항
해외의 주요 선진국들은 이사의 의무 조항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나?
먼저, 미국 법조문은 이사의 충실 의무 위반 시 당연히 법적 책임을 져야 하고, 책임 대상으로 회사와 주주를 병기하고 있다. 또한, 영국은 '주주 이익을 위해 회사와 주주를 공정하게 대우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밖에 G20/OECD 국가들도 '이사는 회사와 주주의 최선 이익을 위해 행동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는 등 해외 주요 국가들 대부분이 이사의 의무에 '주주의 이익'을 명시하고 있다.
이사의 충실 의무 관련 법조문에 '주주의 이익'을 포함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일본 등 몇 개 국가들이 있다. 그러나 일본을 포함해 그들 국가도 법조문에 명시만 하지 않았을 뿐, 판례를 통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의무도 인정하고 있다.
상법에 명시된 이사의 충실 의무 관련 조항에서 '주주의 이익'이라는 문구가 없으므로, 주주의 이익은 보호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 세계 주식 시장 중에 한국 주식 시장만의 병폐이고, 이게 바로 금투세와 비교하지도 못할 만큼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을 분리하여, 주주의 이익을 무시한 물적분할 등을 해도 처벌할 수 없는, 그래서 그러한 만행이 지속해서 일어나는, 이러한 우리나라 주식 시장 개혁 조치로써 상법 382조 개정이 시급하다.
◆ 아래에 있는 공감♡ 클릭 한번 만으로도 힘이 됩니다. 로그인 없이 누구나 가능합니다.
명태균의 국민의힘 대선 경선 개입 | 한동훈 '김건희 특검법' 수용 | 윤석열 탄핵 | 여론조사 꽃 (5) | 2024.11.19 |
---|---|
11월 3주 정당·윤석열 지지율 | 여론조사 꽃·리얼미터·갤럽 (20) | 2024.11.18 |
여론조사 꽃 | 윤석열 임기 단축 개헌·탄핵 | 대통령 기자회견 |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7) | 2024.11.14 |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담화(기자회견) 역풍 이유 | "제 아내가 휴대폰으로" (8) | 2024.11.13 |
11월 2주 정당·윤석열 지지율 | 갤럽·여론조사 꽃·NBS·리얼미터·미디어토마토·KSOI (8) | 2024.11.11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