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언부언 제외하고 질문과 관련된 답변 내용만 최대한 추려냈습니다
1. '명태균-윤석열' 연락 관련 질문 (장덕수 KBS 기자)
"대선 이후 명 씨와 정말 소통을 끊으신 건지, 연락한 적이 없으신지 궁금하고요. 만약 또 통화나 문자가 공개된다면 어떻게 대응하실지 궁금합니다."
윤석열 : "제가 전화번호를 지우고 텔레그램에 이름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텔레폰으로 온 건지 아니면, 전화로 온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하여튼 받은 적이 있다.
그래서 축하 전화를 받고 저도 뭐, 어찌 됐든 명태균 씨도 선거 초입에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고 자기도 움직였기 때문에 하여튼, 수고했다는 얘기도 하고 이런 얘기한 기억이 분명히 있다고 제가 비서실에 얘기를 했는데 아마, 언론에 관계되는 걸 얘기하는데 대변인이나 뭐 그런 입장에서는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이렇게 얘기하기가 어려우니까... (생략)"
지난 국정 감사에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에 나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이후 명태균 씨와 연락하지 않았다면서, '명태균-윤석열' 소통에 대해 완강히 부인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이에 대해, 대선 이후에도 명태균과 연락했고, 비서실에도 그렇게 얘기했다는 것입니다. 명태균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기 전에는 대선 이후 연락 자체를 부인해 오다가, 녹취가 공개되니까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줄곧 대통령과 명태균의 관계를 축소하며 부인해 오다가, 명태균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되자, '나는 분명히 비서실에 명태균과 연락했다고 말했다'면서, 정진석 비서실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는 대목입니다.
2. 지난 대선 경선 당시,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 대해
윤석열 : "뭐, 제가 여론조사를 조작할 이유도 없고, 여론조사가 잘 나왔기 때문에, 늘 뭐 그거를 조작할 이유도 없고. 그리고 뭐 또 잘 안 나오더라도 그거를 조작한다는 거는 그거는 전 인생을 살면서 그런 짓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명태균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지난 대선 경선 당시, 명태균이 조작한 여론조사 결과를 윤석열 측에게 제공했고, 여론조사 조작을 통해 국민의힘 경선 결과를 바꾼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기자는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질문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여론조사를 조작하지 않았다고 답하면서 본질을 피해갔습니다.
3. 국민의힘 공천 개입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윤석열 : "공천 문제는, 공천 개입이라고 하는 것에 이제 정의도 따져봐야 됩니다. 저, 사실 얘기할 수도 있죠. 그게 무슨 뭐, 외압이 아니라 의견을 얘기하는 거지만, 그러나 과거에도 뭐, 대통령이 얘기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근데 정말 그 인수위 시절에, 당선인 시절에는 그 공천 문제 가지고 뭐 할 정도로 저도 정말 시간적 여유도 없었습니다.
윤석열 검사 시절,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이른바, '당무 개입'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의 당무(공천) 개입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고, 대법원에서 2년 형이 확정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검사였을 때는 박근혜 대통령의 같은 행위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지만, 자신의 경우에는 '그런 행위를 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답변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4. '김건희-명태균' 연락 관련 질문 (문화일보 김규태 기자)
"여사님도 그 대통령님 취임 이후에 명태균 씨와 수시로 연락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관련해서도, 언제까지 여사님이 연락하신 건지, 왜 연락하신 건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윤석열 : "제가 뭐, 제 아내 휴대폰을 좀 보자고 이렇게 할 수는 없는 거라, 제가 그냥 물어봤습니다. 이런 논란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데 제 아내는, 뭐 어쨌든 제가 일단 뭐 대통령에 당선이 되고 또 취임하고 하면은, 하여튼 좀 그 전하고는 이 소통 방식이나 이런 게 좀 달라야 된다고 얘기를 하니까 본인도 많이 줄인 거 같고.
한 몇 차례 정도 그 뭐 문자나 이런 걸 했다고는 얘기를 합디다. 그런데 뭐 제가 이 자리에서 그걸 공개하기는 좀 그런데, 좀 일상적인 것들이 많았고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몇 차례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진술과는 달리, 명태균 씨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명태균-김건희'의 통화 내용은 일상적인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명태균 녹취록에 의하면, 김영선 공천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대통령이 김건희로부터 질책을 받고, 김건희가 장관 등의 인사까지 개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5. 창원 산업단지에 명태균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윤석열 : "창원 산단을 포함해서 한 열몇 개의 국가 산단은요, 제 대선 공약입니다. 그리고 이 산단의 지정이라는 거는 다 오픈해서 진행하는 거지 비밀리에 진행하는 게 아니고요. 신청을 받습니다. 저도 위원에서 이렇게 결정이 났다 그러면 결정이 났느냐 하고, 보고 받고, 보고 받으면 바로 대통령이 보고 받는 즉시 바로 푸는 거거든요. 언론에 릴리스하는 겁니다."
이 답변도 문제의 핵심에 대한 답변은 아닙니다. 명태균은 창원 산단 지역을 미리 알고 주변 지인들에 부동산 매입을 미리 해놓으라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명태균에 의해 산단 지역을 미리 알고 부동산을 매입해 차익을 실현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나는 산단 지역 보고만 받았다, 보고 받으면 바로 언론에 공개된다'라고 핵심을 비켜 간 답변을 내놓았는데, 문제는 위원이 아닌 민간인 신분의 명태균 씨가 이러한 국가사업에 대해 미리 관련 정보를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6. 김건희의 국정 개입 논란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면담에서 소위 '김건희 여사 라인'이라고 '한남동 7인회' 또는 '8인회'라고 불리는 이들이 언급된 걸로 알고 있고, 한 대표는 이들에 대한 인사 조치까지 요구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이들의 실체가 실제로 있다고 보시는지요?"
윤석열 : "김건희 라인이라는 말은 좀 굉장히 부정적인 소리로 들립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부인이 대통령이 어쨌든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서 정치를 잘할 수 있게, 그야말로 과거에 뭐 육영수 여사께서도 청와대 야당 노릇을 했다고 하시는데, 그런 대통령에 대한 아내로서의 이런 조언 같은 것들을 마치 국정 농단화 시키는 거는 그거는 정말 우리 정치 문화상이나, 또 우리 문화적으로도 이건 맞지 않는 거라고 저는 보고요."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를 육영수 여사와 비교하며 김건희의 국정 개입 논란을 부인했습니다. 김건희를 육영수 여사와 비교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육영수 여사는 김건희처럼 학력 및 경력 위조, 주가 조작, 일가의 땅이 있는 곳으로 고속도로 노선 변경, 금품 수수, 공천 개입, 국정 개입 등의 논란이 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명태균 녹취록에 의해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들은 단순 조언이 아니라, 당무 개입, 국정 개입 수준임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7. 앞으로 (김건희의) 신중한 처신을 위해서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
윤석열 : "앞으로 부부싸움을 좀 많이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좀 순진한 면도 있고. 아침에 이렇게 일어나 보면 5시, 6시인데 안 자고 이렇게 엎드려서 제 휴대폰을 놓고 계속 답을 하고 있는데... (중략)
조금이라도 누구한테 도움을 받으면 한마디라도 이렇게 인연을 딱 못 끊고 말 한마디라도 고맙다는 얘기를 해야 된다는... (생략)
이 답변이 가장 충격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김건희가 대통령이 자고 있을 때, 대통령의 휴대전화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진술입니다. 메시지를 받는 사람은 상대가 대통령인지 김건희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또한,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명태균'이 서로 연락하는 것에 대해 질문 받자, '제가 제 아내 휴대폰을 좀 보자고 할 수 없어서 그냥 (김건희에게) 물어봤습니다'라고 답변을 했습니다.
대통령 본인은 김건희의 휴대폰을 좀 보자고 할 수조차 없는데, 김건희는 마음대로 대통령 휴대폰을 만지며 상대방에게 답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앞으로 부부싸움을 좀 많이 해야 될 것 같다'는 대통령 답변에 의하면, 이런 김건희의 이런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김건희와 싸워야 한다는 것인데, 대한민국 국정이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8. 김건희 '봐주기 수사'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검찰 수사가 미진하거나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야당이 통과시키려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 또 재의요구권(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실지 여쭙습니다.
윤석열 : "아무리 마음이 아프다 하더라도 자기 그 가족과 이런 것에 대해서 자기 주변 일에 대해서 특혜를 준다는 거는 그거는 국법을 무너뜨리는 거기 때문에 그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못할 거면 대통령을 그만둬야 한다... (중략)
특검을 하니 마니를 국회가 결정해서 또 국회가 사실상의 특검을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거는 명백히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삼권 분립 체계에 위반되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은 대통령 기자회견을 전하던 방송에서 한 평론가가 '저런 식의 논리와 궤변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국민 앞에서 말한다는 게 정신과적인 문제도 의심이 된다'고 평론할 정도로, 보는 이들의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든 순간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저런 답변은 긴말로 반박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나라는 총 14번의 특검법이 발의됐습니다. 모두 국회가 결정하고, 국회가 특검을 임명했고, 어느 정부, 어느 정당이든 모두 야당이 주도하여 이끌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이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특검 4팀을 이끄는 팀장이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당시에 4팀에 소속되어 윤석열 특검 4팀 팀장과 함께 박근혜와 최순실을 '제3자 뇌물'로 기소했습니다.
9. 한동훈 대표와의 갈등설에 대해
윤석열 : "언론에서도 좀 자꾸 갈등을 부추기는 거 아닙니까? (웃음)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정부와 대통령실과 당이 계속 머리 맞대고 일을 하면 또 자주 만나야 되지 않겠습니까?
개인적인 감정 가지고 무슨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같이하면서 우리가 공통에, 공동의 어떤 과업을 찾아나가고, 공동의 그 어떤 정치적 이익이라고 하는 그런 것을 추구해 나갈 때, 강력한 이런 접착제가 되는 거다. (생략)"
'왜 자주 만나지 않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은 '자주 만나야 된다'고 답변한 것인데, 이런 식의 질문과 답이 이어진다면, 질의응답 자체가 무의한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입니다.
10.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 것인가? (부산일보 박석호 기자)
"대통령께서는 이 대국민 담화에서 '제 주변의 일로 걱정과 염려를 끼쳐드렸다' 어떻게 보면 다소 두루뭉실하고 포괄적으로 사과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생긴 이유가 휴대폰을 바꾸지 못해서라든지 아니면, 사람 관계에 대해서 모질지 못해서 생긴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마치 이 사과를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일인데 바깥에서 시끄러우니까 사과하는 거 아닌가? 이렇게 오해를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국민들이 TV를 통해서 회견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과연 대통령께서 무엇에 대해서 우리에게 사과를 했는지 어리둥절할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보충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윤석열 :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국민들께서 좀 오해하시는 부분은, 그러니까 이게 팩트를 명확하게 설명을 해야 되는 것과 또 잘못한 게 있으면 딱 짚어가지고 그러면 이 부분은 잘못한 거 아니냐라고 해 주시면 제가 거기에 대해서 딱 그 팩트에 대해서 제가 사과를 드릴 거고."
즉, '국민이 사과받고 싶은 부분, 자신이 사과해야 할 부분을 먼저 딱 짚어서 제시해라, 그러면 그 부분에 대해서 사과드리겠다'는 말인데, 인류 역사상 이런 식으로 대국민 사과를
제시했던 대통령은 없었습니다.
앞서, 기자들이 의혹과 논란이 되는 사건에 대해 질문했지만, 대통령은 중언부언과 관련 없는 말을 늘어놓으면서 사과나 유감을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시작하며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지만, 정작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국민에게 무엇에 대해 사과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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