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영화 후기는 액션·스릴러 장르의 영화 《안나》입니다. 미국과 러시아 등을 배경으로 정보기관 요원이 등장하므로, 첩보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이 영화 포스팅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그동안 봐왔던 흔하디흔한 액션·스릴러 첩보 영화와는 다른 점이 있기 때문인데요. 첫 번째로, 영화에서 가장 핵심 인물이 여자입니다. 여러 국가를 오가며 킬러 임무를 하는 주체가 '안나'라는 여성입니다.
여기까지는 흔치 않지만, 간혹 있는 경우이긴 하죠. 첩보 영화에도 여자 캐릭터가 주인공인 영화가 몇몇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두 번째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영화 《안나》는 미국 중앙정보국(Central Intelligence Agency, CIA )과 러시아의 옛 소련 시절 국가보안위원회인 KGB가 등장합니다. 할리우드의 첩보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구도이긴 하죠.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이 있는 데요. 이 영화는 특정 국가나 조직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습니다. 영화 《안나》는 미국 CIA나 소련의 KGB의 관점이 아닌 자연인 '안나', 즉 '사람'에 초점을 둔 영화인데요. 바로 이 점이, 다른 첩보 영화들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할리우드 첩보 영화들은 미국의 관점에서 체제 경쟁국인 소련(러시아)을 묘사하죠. 그 결과, 미국 CIA 요원이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고 KGB나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은 악역을 맡게 되죠. 물론 100퍼센트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영화가 이러한 구도로 전개되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소련 출신인 '안나'는 어렸을 때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모두 잃게 되는데요. 이후, 약쟁이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고 본인 스스로도 '시궁창'이라 할 만큼 고달픈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안나'는 시궁창 같은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군에 지원하게 되는데요. 바로 이 결정이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습니다.
머지않은 미래, '안나'는 화창한 오후, 프랑스 파리의 한 공원에서 두 남자와 마주하게 됩니다. 한쪽은 KGB 요원, 한쪽은 CIA 요원이죠.
거대하게 집단화된 인간은 체제를 갖추고 국가를 형성합니다. 그리고 다시 그 국가를 존속하기 위해 인간은 체제에 귀속됩니다. 미국과 소련. 두 거대 국가와 각각의 체제를 지키기 위한 정보기관. 그리고 한 인간. 이들이 한 테이블에 모여 앉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내 유일한 가족이야."
'안나'는 이 말을 끝으로 테이블을 떠납니다.
이 영화의 특징 중, 마지막 세 번째는 특이한 연출 기법입니다. 영화 《안나》는 매우 흥미로운 '시점 이동'을 하는 데요. 포스팅 초반에 언급한 'KGB'라는 호칭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 《안나》는 과거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KGB는 지금의 러시아가 소련으로 불렸을 때의 국가보안위원회 즉, 소련의 첩보기관인데요. 영화 《안나》의 첫 장면은 1985년 모스크바에서 시작됩니다. 85년 겨울, 모스크바에서 신분을 위장해 잠입해있던 CIA 요원 6명이 KGB에 의해 같은 날에 모두 제거됩니다.
영화는 그로부터 5년 후인 1990년 모스크바에서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요. 이런 '시점 이동'을 통해, 앞서 진지했던 상황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프랑스 모델 에이전시의 스카우터가 모델 발굴을 위해 모스크바에 머물게 되는데요. 스카우터는 모스크바의 한 시장을 찾아 탑모델이 될 숨은 진주를 찾아 헤맵니다.
스카우터는 시장에서 물건을 팔던 한 미녀를 발견합니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그녀는 스카우터의 제안을 받아 파리에서 모델로 활동하게 되는데, 그녀의 이름이 바로 '안나'입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이 영화는 흥미로운 '시점 이동'을 하는데, 바로 이 '안나'의 시점에서 여러 번의 시간 이동을 하게 됩니다. 시간 이동이라는 게, SF 장르 같은 시간 이동이 아니라, '6개월 전' 이런 식의 문구를 통해 시점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주요 사건과 시점 이동을 연계해서 언급하게 되면 영화 전체를 다 드러내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조심스러운데요. 쉽게 말해서, 여느 영화처럼 시간 흐름에 따라 전개되지만, 여러 차례에 걸쳐 과거 시점으로 되돌리면서 앞으로 전개되는 방식입니다.
(예, 1985년 → '5년 후' → 전개 → '3년 전' → '3년 후' → 전개 → '6개월 전' → 전개 → '6개월 전' → 전개)
글로 표현하니 좀 복잡한 것 같지만, 실제 영화를 보면 전혀 어렵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흘러갑니다. 이렇게 시점 이동이 있지만, 이해하는데 조금의 어려움도 없이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연출했는데요. 바로 이런 점이, 이 영화의 평점을 높게 주고 싶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감독과 배우들에 대해 말씀드릴 텐데요. 감독과 배우 모두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알려진 인물들입니다. 영화 《안나》의 감독은 '뤽 베송'인데요.
'뤽 베송' 감독은 한국 배우 최민식이 주연으로 참여한 영화 《루시(2014)》의 감독이기도 합니다.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2017)》로도 한국팬들과 직접 만난 적이 있네요. '뤽 베송' 감독은 이 밖에도 《레옹(1994)》, 《제5원소(1997)》 등 수많은 흥행작을 남긴 감독인 동시에, 《택시》와 《트랜스포터》 그리고 리암 니슨 주연의 《테이큰》 등 유명한 '시리즈 영화'의 시리즈 전체 시나리오를 쓴 각본가이기도 합니다.
영화 《안나》의 주연 배우인 '킬리언 머피'도 익숙한 얼굴인데요.
일단, 좀비 영화 팬이라면, 누구나 봤을 법한 《28일 후(2002)》의 주연 배우였습니다. 이때만 해도 이렇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가 될 줄은 몰랐겠죠. 이후, 《배트맨 비긴즈(2005)》, 《앤트로포이드(2015)》, 《덩케르크(2017)》 등의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습니다.
근데 저는 '킬리언 머피' 주연 영화 중, 앞선 액션 영화보다 《나이트 플라이트(2005)》라는 스릴러 영화가 가장 재미있더라고요. 비행기 안이 영화의 주된 배경인데, 굉장히 독특한 소재의 영화입니다.
다음은 '루크 에반스'입니다. 영화 《안나》의 또 다른 주연 배우인 '루크 에반스'도 《분노의 질주》 시리즈 중 하나라도 봤다면 낯익은 얼굴이겠죠. 그 밖에도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2013)》,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2014)》, 《미녀와 야수(2017)》 등 판타지 작품에서도 주연을 맡았습니다.
저는 판타지 장르를 잘 안 봐서 위의 영화 중에서는 《분노의 질주》에서 '루크 에반스'를 본 게 전부네요. 그리고 위에 영화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영화인데, 《걸 온 더 트레인(2017)》이라는 '루크 에반스' 출연의 미스터리 영화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끝으로, '안나' 역을 맡은 '사샤 루스'인데요. '사샤 루스'는 위에 사진에서도 느껴지듯이, 실제 러시아 출신의 모델입니다. 영화 경력은, '뤽 베송' 감독의 2017년 영화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에서 단역을 맡은 것이 전부지만, 모델로서는 샤넬, 크리스챤 디올, 발렌티노, 프로엔자슐러, 보테가 베네타 등의 광고 및 패션쇼에 참여한 탑모델입니다.
지금까지 영화 《안나》의 특징 세 가지와 함께, 감독과 주연 배우들에 대해 알아봤는 데요, 이것으로 저의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문득 떠오른 건데, '뤽 베송' 감독이 각본에 이어 직접 연출까지 맡은 영화들은 공통점이 있네요.
《제5원소》에서 '밀라 요보비치', 《루시》에서 '스칼렛 요한슨', 이번 《안나》에서는 '사샤 루스'. 이렇게 여배우를 핵심 인물로 앞세워 화려한 액션을 선보였네요.
아무튼, 색다른 액션·스릴러 첩보영화를 보고 싶다면 《안나》 추천합니다. 물론, 감상은 주관적인 것이니 다른 평가도 나올 수 있겠지만, 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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