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말하지 않는 손혜원 사건의 실체
◆ 손혜원이 받고 있는 혐의.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작성한 공소장을 확인해보면, 손혜원 의원은 두 가지 혐의로 기소되었다.
서울남부지검 공소장의 핵심에는 '비공개 자료' 이른바, '보안자료'가 있다. 이 '보안자료'가 담고 있는 내용은, 목포시 도시재생사업과 국토부 주관 도시재생 뉴딜 사업 공모계획에 관한 것이다.
지금 언론에서도 많이 다뤄지고 있는 이 '보안자료'가 두 가지 혐의를 동시에 관통하고 있으므로,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라 할 수 있다. 검찰의 공소 내용 중에서 '보안자료'가 어떻게 인용되는지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혐의 1 (부패방지법 위반)
손 의원이 불법 취득한 이 '보안자료'의 내용을 활용하여, 시세차익을 노리고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것이다.
혐의 2 (부동산실명법 위반)
손 의원은 조카 두 명에게 증여세를 내고 부동산을 증여했다. 조카 A 씨에게 증여한 것에 대해서는 검찰 공소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고, 조카 B 씨에게 증여한 것에 대해서만 차명 거래로 보고 기소했다.
그런데 왜 조카 A는 '증여'고, 조카 B는 '차명 거래'인가?
◆손 의원이 '보안자료'를 불법취득했다고 검찰이 특정한 날짜가 2017년 5월 18일.
◆조카 A에게 증여한 시점이 2017년 3월.
◆조카 B에게 증여한 시점이 2017년 6월.
→ 조카 A까지 공소 내용에 포함해버리면 '보안자료' 불법취득에 무게가 실리지 않게 된다.
이처럼, 2017년 5월 18일과 9월 14일에 손 의원에게 건네졌다는 이 '보안자료'가 기소 근거의 핵심이다.
자, 그럼 이제 이 '보안자료'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목포 MBC는 6월 18일 뉴스데스크에서 이 '보안자료'에 대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자료는 A4 용지 두 장을 반으로 접은 형태로, 목포시의 도시재생개요와 우선정비대상, 선창권 활성화 방안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국토부가 주관하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공모자료로, 구체적 사업계획보다는 이미 알려진 사업구역을 표시해 놓은 자료이다.
이 자료는, 검찰이 손 의원이 자료를 입수한 시점으로 특정한 날짜인 5월 18일 이전에 이미 주민공청회에서 열람된 사례가 있으며, 관련 내용이 지역 언론에 의해 소개된 바가 있다.
이와 관련, 목포시 도시발전사업단장의 인터뷰 내용도 보도됐다.
서태빈 (목포시 도시발전사업단장)
저희 도시재생사업의 특성상 모든 사항들을 주민과 공유하고 그렇게 설계된 사업이기 때문에 굳이 보안자료라고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사항은 없습니다.
검찰은 손 의원을 기소하기 위해 '보안자료'라는 모호한 개념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했듯이, 이 자료는 기밀문서가 아니다. 주민공청회에서도 이미 열람이 됐고, 이 사실이 지역 언론에도 소개됐다. 목포시 관계자도 주민과 공유된 사항이고 보안자료라고 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손 의원이 조카 두 명에게 부동산을 증여한 사례 중에서, 한 건은 '증여'이고 나머지 한 건은 '차명 거래'로 판단한 것도 석연치 않다. 이미 오래전부터 언론에 수없이 다뤄진 만큼 이해를 돕기 위해 당사자의 실명으로 설명해본다.
손 의원은, 2017년 3월에 조카 손소영 씨에게 부동산을 증여했고, 손소영 씨는 현재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2017년 6월에는 조카 손장훈 씨가 부동산을 증여받아 현재 창성장 여관을 운영하고 있다.
두 가지 사례 모두 증여세가 납부되고 정상적으로 증여가 이뤄진 경우이다. 그러나 검찰은 손소영 씨 사례는 공소 내용에 포함하지 않았고, 손장훈 씨 사례만 '차명 거래' 즉, 부동산 실소유자가 손혜원 의원이라고 판단해 관련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검찰은, 손 의원이 창성장 여관 운영에 관여했기 때문에 실소유자가 손 의원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러나 손 의원은, 손정훈 씨보다 손소영 씨의 카페 운영에 더 많은 컨설팅을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서울남부지검 공소장의 논리가 빈약한 것은 '보안자료'에 무게를 싣고자 억지로 끼워 맞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일단 '보안자료'라는 개념이 굳건히 성립해야 '부패방지법'을 적용할 수 있고, 나아가 시세차익을 노린 부동산 차명거래 혐의까지 이어낼 수 있다.
그런데 손 의원이 '보안자료'를 입수했다고 특정한 시점인 2017년 5월 18일 이전에 증여된 손소영 씨 카페 건 마저 공소장에 포함하면, '보안자료' 취득에 무게가 빠지게 된다.
그래서 검찰이, '손 의원이 조카 손장훈 씨 창성장 여관 운영에 관여했다. 그래서 손 의원이 실소유자다'라는 논리를 개발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 사건에서, 검찰의 이상한 기소 논리만큼 재미있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최초에 검찰이 수사했던 대상은 목포 근대 역사공간에 손혜원 의원 부동산 투기 의혹이었다. 그렇게 출발한 수사가 목포시 도시재생사업으로 방향을 바꿔 불구속 기소까지 오게 된 것이다.
오히려,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문화재청과 관련한 의혹은 모두 해소됐다.
김범기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
문화재청 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손혜원 의원이 역사문화의 거리로 지정하게 하는 데는 특별한 혐의점이 없어서 그것은 불기소했고요.
이번 검찰 수사 발표는 여러 가지 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 수사 방향이 바뀌면서 최초의 혐의가 벗겨지기도 하고, '보안자료'라는 모호한 개념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 '보안자료'가 모호한 개념이라, 검찰은 손 의원에게 이 자료를 전달했다는 목포시 관계자에 대한 수사나 처벌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언급도 못 하고 있다.
차후에 법원에서 밝혀지겠지만, 기소 근거의 핵심인 '보안자료'부터 그 실체가 모호하므로, 적어도 부패방지법이나 부동산실명법 위반으로 죄가 성립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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