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KBS '대화의 희열2'에 출연했다. 진행자인 유희열에게 신세를 갚기 위해 나왔다며 농담 섞인 출연 계기를 밝힌 유 이사장은, 우리 현대사의 통점(痛點)과 교차했던 자신의 젊은 시절에 대해 이야기했다.
- 1980년 5월의 기억 -
"텅 빈 학교를 내줄 수 있느냐!"
유시민 이사장과 대학 동기인 한홍구 교수는, 1980년 5월의 서슬 퍼랬던 정세 속에 있었던 유 이사장과의 일화를 칼럼을 통해 공개한 적이 있다.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 대의원회 의장이었던 유 이사장은 '5.18 민주화 운동' 하루 전인 5월 17일 밤, 서울대 교내로 진입한 계엄군에 의해 잡혀갔다. 그날 밤, 여기저기서 계엄군이 학교로 들이닥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고, 대부분의 학생은 이미 피신해 있었지만, 유 이사장은 학생회로 걸려오는 '상황전화'를 받기 위해 홀로 남아 있었다. 긴장감이 극에 달했던 그 날 밤, 한홍구 교수는 학교를 빠져나오다가 유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곧 계엄군이 들이닥치니 빨리 피하자고 유 이사장에게 권유했지만, 유 이사장은 "어떻게 군인들에게 텅 빈 학교를 내줄 수 있느냐"고 말하며 끝까지 학교에 남았다고 그의 칼럼을 통해 전했다.
"그건 한홍구 개인의 해석이겠지~(웃음)"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윤색이 될 수 있다."
유 이사장은 한홍구 교수의 '기억'에 좀 멋쩍어하는 듯했다. 그러면서, 뭐라고 말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는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가려고 그러니까…. 그게 좀 창피한 거야"
기동경찰대가 이화여대 총학생회 회의장을 덮치는 등 급박한 상황이긴 했지만, 아직 서울대 교내로 경찰이나 군인이 들어온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미리 도망간다는 게 내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11시 30분쯤인가. 라디오에서 비상계엄 확대 조치가 발표되더라고요"
라디오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된다는 발표를 듣게 된 유 이사장은, 이제 경찰이나 군인이 학교 안으로 들이닥칠 것이라 직감했다고 한다. 그래서 학교 밖으로 피하려고 총학생회 회장실을 나서려고 하는데, 밖에서 쇠사슬을 뜯고 있는 경찰을 발견했다고 한다. 경찰이 들어올 것을 대비해 미리 중앙현관을 쇠사슬로 잠가 놓은 것이었는데 그 쇠사슬을 뜯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까지 건물 내부에 있던 대여섯 정도의 학생들은 다른 출구를 통해 빠져나갔고, 유 이사장도 건물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상황 전화'에 벨이 울린 것이다. 공주사범대학에서 위급한 상황을 알리려고 온 전화였는데, 유 이사장은 '여기도 들이닥쳤으니 빨리 피하라'고 전하고 다시 나가려는 순간, 쇠사슬을 끊고 들어온 경찰에 잡힌 것이다.
유희열 : "거기서 이렇게 덮쳐서 잡힌 거예요?" (손으로 잡는 시늉)
유시민 : "덮치긴 뭘 덮쳐~ 그냥 이단 옆차기 바로 날아오고 권총 딱 대지."
"너 누구야? 이름 뭐야?"
(사복 경찰이 권총을 겨누며)
"나는 경찰인지 뭔지도 몰라요~
사복을 입고 있었고 권총을 들고 왔다는 거 말고는.."
유 이사장은 당시 그 현장에서는, 워낙 순간적으로 벌어진 상황이고 정신이 없었으니 무서움을 느낄 새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오히려 그 이틀 전인 5월 15일, 서울역에서 집회할 때가 진짜 무서웠다고 했다. 1980년 5월 15일, 서울역 광장에는 10만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당시, 서울대 3학년(22세) 학생으로 집회에 참가했던 유 이사장은, 계엄군 병력 이동에 대한 첩보가 수시로 들어오고 있던 상황에서, 군인이 들어오면 정말 언제든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공포감을 느꼈다고 한다.
한편, 서울역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가 벌어진 이틀 뒤인 5월 17일 밤, 유 이사장은 서울대 교내로 진입한 경찰에 의해 잡혔고,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로 끌려가게 된다.
방송 내용을 짤막이 소개하려던 글이 어느새 많이 길어져 버렸다. 유 이사장이 계엄사 합수부에서 조사받던 이야기와, '서울대 프락치 사건' 그리고 그 유명한 '항소이유서' 등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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