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신으로 '뉴스 장사', 대목 맞은 언론들
▶ 블로거보다 수준 낮은 언론사·기자
▶ 무조건적 비난·정신 분열적 기사 난무
요즘 블로그는 예전에 개인 블로그 개설 붐이 일던 초창기 시절과는 달리,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의 필력을 선보이는 포스팅들이 많다. 포스팅 하나를 보고 있노라면, 글쓴이가 글을 완성하기 위해 들인 노력과 시간, 정성, 열정 등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애드센스 등 광고 붙는 수익형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검색 노출, 조회수 증가, 저품질 극복 등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 글쓰기가 많아지면서 블로거들 수준이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반면, 성숙의 시간을 역행해 점점 퇴보하는 글쓰기 영역도 있다. 바로 언론사 기자들이다. 이들도 블로거들과 마찬가지로 조회수를 높여 광고 수익을 얻는 것이 글쓰기의 주된 목적이 되어버렸다. '언론'이라는 타이틀을 달고서도 말이다.
블로거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포스팅의 품질을 높이는 데 정성을 기울이는 한편, 언론사·기자들은 기사를 쏟아내 물량으로 정성을 대체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아래 기사처럼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 정신 분열과 문법 파괴
위의 기사는 지난 9일 아침 6시 30분경에 작성됐다. 보는 바와 같이, 기사의 요지는 우리나라 백신 접종 시기가 너무 늦다는 것이다. 영국은 벌써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미국도 접종이 임박해있는 데 반해 우리 정부는 접종 시기를 과도하게 늦추어 '지각 접종'이라는 표현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기사는 "마스크 생활이 1년가량 흘렀고 전 국민이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라며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신종 코로바이러스", "효과가 크기 않다는"과 같이 몇 개의 오탈자와 함께, 일부의 띄어쓰기 오류 등 각종 문법 파괴 행위가 발견되기는 하지만, 언론사의 뉴스 보도로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아래의 기사를 보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위의 기사는 아침 6시 30분경에 작성됐고, 그로부터 약 30분 후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작성됐다.
기사 제목처럼 백신의 부작용에 관한 기사다. '화이자', '모더나' 등의 제약사가 개발한 백신은 그 안전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우리 방역 당국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기로 한 것이 우려스럽다는 내용이다.
첫 번째 기사는 우리 정부가 백신 접종 시기를 너무 늦춰서 '지각 접종'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한 기사이고, 두 번째 기사는 안전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정부가 내년부터 백신을 도입하기로 한 것을 비판한 기사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위의 두 기사 모두 같은 언론사, 같은 기자가 쓴 기사이다. 비판의 결이 완전히 다른 두 기사는 같은 언론사에서 같은 기자가 30분 간격으로 작성한 기사라는 게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백신, 우리나라만 너무 늦게 접종하는 거 아니야?'라고 비판했다가, 30분 뒤에는 '백신, 불안한데 내년부터 도입한다고?'라는 식으로 또 비판한다. 같은 언론사의 같은 기자가 작성한 '정신 분열적' 기사이다. 약 30분 만에 두 개의 서로 다른 인격으로 기사를 작성한 셈이다.
또한, 두 번째 기사 역시 요즘 기자들답게 여기저기서 오탈자와 띄어쓰기, 문법 오류가 발견된다. "통상 백신 접종 후 흔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은 고열과 근육통, 오한, 두통 등이다. 매우 드물지만, 면역 과민반응에 의한 쇼크(아나필락시스)도 나타날 수 없다."
기사의 의도와 문맥을 고려하면, (아나필락시스)도 나타날 수 '없다'가 아니라, '있다'가 맞지 않겠는가, 기자여. 이 외에도 띄어쓰기나 맞춤법 오류는 지적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다수 발견된다. 두 기사 모두 복수의 기자가 머리를 맞대어 작성한 기사라는 점이 더욱 절망적인 대목이다.
이제 언론사 기자들에 '진실탐사·사실보도'를 바라는 것이 좀 머쓱해질 정도이다. 기사 올리기 전에 오탈자, 띄어쓰기, 맞춤법 검사만 좀 해주길 바라야 할 실정 같다. 국회의원 못지않을 만큼 강한 정치 성향. 어떡해서든 정부를 비난하겠다는 굳은 결의. 취재보다는 물량 공세로 기사를 대량 찍어내어 조회수를 확보하려는 비양심적 태도. 이것이 오늘날 절대다수 기자의 민낯이 아닐까.
언론인, 저널리스트로서 그에 맞는 노력을 해라. 블로거들조차도 포스팅할 때 당신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기울인다. 위의 사례처럼 상반된 논리의 기사를 정신 분열적으로 쏟아내거나, 포털 메인에 걸리기 위해 저질의 기사를 반복 재생산하는 식으로 광고 수익을 얻으려 하니, '기자'라는 단어가 다른 부정적인 단어들과 결합해 '기레기', '기더기' 등 더 현실적인 합성어들이 만들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 무지함, 무책임함 그리고 정치편향
얼마 전, 일부 언론이 대학수학능력시험 한국사 문제를 두고 논란을 만들어냈다. 정부가 수능시험 한국사 문제를 정권 홍보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위와 같은 기사를 내면서 수능시험 한국사 20번 문제가 정권 홍보 차원에서 출제됐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아래는 조선일보가 문제 삼은 한국사 문제이다.
문제를 보면 일단, 난이도 관점에서 의아함이 생긴다. 변별력이 없어 보일 만큼 쉬운 문제가 출제됐는데, 어쨌든 조선일보 기사의 핵심은 '변별력'이 아니라 '정권 홍보'에 있었다.
조선일보는 지문에 제시된 연설문이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이라고 보도하면서, 수능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권 홍보를 한 것이라는 취지의 보도를 한 것이다. 바로 이 대목이 언론사와 기자의 무지함, 무성의함, 저질의 정치 선동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문제에서 제시된 연설문은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이 아니라, 전직 대통령 노태우의 연설문이었다. 노태우는 누구인가? 1997년 4월, 대법원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게 반란죄, 내란죄, 수뢰죄를 적용해 전두환 무기징역, 노태우 징역 17년을 각각 확정했다. 1979년에 발생한 12.12 군사 반란, 1980년 5.17 내란, 5.18 광주 학살 등에 관한 법의 심판이었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공통점. ▲육사 11기 군인 출신 ▲대통령 시절 수천억 원대 비자금 조성(노태우 2013년 추징금 2,628억 원 완납. 전두환 전 재산 29만 원 주장) ▲군사 쿠데타 정권으로 한국 보수 정권의 계보를 잇는 정권.
보수언론 조선일보는 국민의힘 전신인 보수정당에서 배출된 전직 대통령 노태우의 연설문을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문으로 오인하고 '정권 홍보 문제'라며 비난했다. 물론, 기자도 사람이기에 어느 대통령의 연설문인지 모를 수 있다. 그런데, 모르면 확인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리 조선일보라지만 그래도 '언론'이라 불리는 집단이지 않은가.
이렇게 블로거보다 못한 언론이 또 있었다. 한국경제도 조선일보와 같은 식으로 무조건 덮어놓고 정부를 비난했다.
한국경제는 "수능으로 文정권 홍보?… '한국사 20번 문제' 어떻길래"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기사 본문에서는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관계에 대한 연설 내용을 보여주며 정부의 추진 정책을 물었다"면서 엉터리 주장을 하며 왜곡 보도했다.
조선일보와 한국경제 모두 중·고등학교 학급식문에서도 하지않을 정도의 엉터리 왜곡 보도를 한 셈이다. 정치부 기자가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도 모르는 '무지함',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는 '무책임함', 어찌 됐건 '문재인만 때리자'라는 식의 '정치편향'. 요즘 다수 언론과 기자들에게서 발견되는 전염성 질환인데, 비말을 통해 감염·전파되는지 등의 전파 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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