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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대구와 실제 대구 (신천지교회 코로나19 확진자 그리고 마스크)

current affairs/사회

by Mr. Kim_ 2020. 2. 28.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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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이야기로 세상을 말하다.

- 세 번째 이야기 -

 

▶ '뉴스가 보여주는 낯선 우리 지역'

며칠 전 신천지 사태로 대구는 난리가 났다. 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대구 신천지 교회를 다녔고, 의심됐던 대로 해당 교회의 다른 교인들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여러모로 걱정이 많다. 31번째 확진자와 함께 해당 교회에 다닌 다른 교인도 걱정이지만, 해당 교회의 인근에는 지하철역과 초등학교, 대형 마트도 있다.

 

 

이번 신천지 사태 직전의 고무적이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너무나도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완치 및 격리 해제되는 인원은 늘어나면서, 확산 기미는 옅어져 가던 상황에 찬물을 끼얹진 셈이다. 신천지 사태 이후로 코로나19에 대한 체감도 확연히 달라졌다. 신천지 사태 이후로 지인들에게 안부를 묻는 일이 부쩍 늘었고,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이점은 다른 대구 시민들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저녁 뉴스를 볼 때면 앞서 언급한 부분과 또 다른 감정 상태에 놓이게 된다. 저녁 뉴스를 보기 전까지는 우리 지역사회에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것에 대해 염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다 뉴스를 보고 있으면 '이건 아닌데' 싶은 생각과 함께 묘한 감정에 놓이게 된다. 일부 종편 뉴스는 대구 사람들이 패닉 상태가 된 것처럼 보도한다.


어떤 뉴스에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지어 길게 늘어선 장면이 연일 방송되기도 하고, 대구시민들의 생필품 사재기가 시작됐다는 뉴스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에 두려움을 호소하는 한 대구 시민의 인터뷰를 이런 뉴스들에 이어 붙이기도 한다. 

물론, 얼마 전 이마트에서 마스크를 대량 판매해 많은 인파가 몰린 사실이 있다. 그리고 생필품 사재기를 시작한 누군가가 있을 수도 있고, 겁에 질려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고 단언할 까닭은 없다. 그러나 인구 240만의 광역시, 그곳의 시민들을 이런 단편적인 모습으로 일반화하는 것이 언론으로서 합당한 행위인지 의문이 든다.

 

 

유튜브 등의 1인 방송을 보면 더 가관이다. 얼마 전, 일부 대구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이마트 앞에 줄지어 서 있던 모습을 언급하며, 대구에서는 코로나19의 공포 속에서 마스크가 없는 사람들이 생리대로 마스크를 대신하고 있다고 가짜뉴스를 퍼뜨리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의 방송에는 다른 목적이 읽힌다. 여기에 정치가 또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공포가 엄습한 가운데, 대구는 마스크가 동나서 시민들이 생리대로 마스크를 대신하고 있는데, 정부는 중국 눈치를 보며 중국에 마스크 300만 개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뒤이어 중국에서 오는 입국자를 전면 제한하지 않았다는 비판과 '우한 폐렴'이라 부르지 않고 '코로나19'로 명명한 것에 대한 비판이 뒤따른다.

특히,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 300만 개를 지원했다는 주장은 가장 기가 찬 억지주장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정부는 중국에 있는 우리 교민을 데려오기 위해 전세기를 띄웠다. 그리고 그 전세기편에 국내 민간단체가 지원한 마스크를 실어 중국에 수송해준 사실이 있다. 이것을 놓고 자유한국당-지금은 이름이 바뀜-은 정부가 국민 세금을 들여 마스크 300만 개를 중국에 지원했다는 주장을 했고, 그때부터 가짜 뉴스가 돌기 시작했다.


어쨌든 대구 상황을 묘사하며 정치에 악용하는 꼴을 보니 지역 주민으로서 불쾌감이 크다. 마스크가 부족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구시민 다수가 마스크가 없어서 착용하지 못 하는 상황은 아니다. 주변에도 마스크를 평소보다 비싸게 구매한 사람은 있지만, 마스크를 쓰지 못 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생리대로 마스크를 대신하지도 않는다.

 

 

오늘 아파트 전 세대에 마스크가 무상 배부됐다. KF94 마스크 2개. 비록 많은 수량은 아니지만, 대구 전 지역에 배부됐으니, 전체 배부 수량은 적지 않은 수준이다.


지금까지 마스크를 줄곧 착용해왔고 부족한 상황도 아닌데 마스크를 무상 배부받으니 뭔가 겸연쩍다. 더구나 일부 뉴스는 대구에 마스크가 동난 것처럼 보도하고, 어떤 이들은 대구 사람들이 생리대를 마스크로 쓴다고 하기까지 하는데 겸연쩍지 않을 수 없다.

뉴스를 통해 본 우리 지역사회는 뭔가 생경한 모습이었다. 화면에 보이는 장소는 분명히 내가 알고 있는 장소인데, 그들이 그려내는 대구와 내가 실제로 살고 있는 대구는 분명히 온도 차이가 있었다. 평소보다 유동인구가 확연히 줄어들었고 마스크를 착용하며 개인위생관리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이 묘사하는 대구처럼 도시 전체가 패닉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다. 

대구시민 다수가 무슨 전시 상황처럼 사재기를 시작했다거나, 마스크를 전혀 구할 수가 없어 생리대로 마스크를 대신하지도 않는다. 신천지 사태라는 불미스러운 사건을 경험했지만, 시민의 절대다수는 여전히 평소처럼 각자의 일상을 살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어떻게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시민 개개인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생활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마스크 착용 및 손 자주 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의심 증상조차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가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서 예방에 힘쓰는 일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큰 도움이 된다. 이번 신천지 사태로 질병관리본부와 대구의료진은 이미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시민 각자가 의심 증상조차 겪지 않도록 특별히 관리하는 것이 과부하에 걸린 의료진과 보건당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다.

의료진과 보건당국의 역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추가적인 의심 증상과 확진 사례를 최소화하면, 이미 발생한 확진 사례에 대한 역학조사와 환자 관리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현재 대구가 가장 어려운 지역이긴 하지만, 일부 뉴스가 그려내는 것처럼 대구시민 전체가 패닉에 빠져있는 것도 아니고, 도시가 마비된 상황도 아니다. 가족 친지들의 건강관리에 이전보다 더 유의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보건당국과 별개로 각자가 예방 조치를 철저히 한다면 지역 사회의 확산 기미도 곧 누그러질 것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다.

사실, 지금 대구 시민으로서 가장 불쾌하고 힘든 점은 코로나19 뿐만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대구와 대구시민을 실제와 다른 모습으로 연출하는 뉴스들, 그리고 다른 꿈을 안고 대구에 내려온 사람들이 상황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27일 오전, 황교안 대표가 대구에 내려온 것 같다. 뉴스 화면의 배경을 보니 동산병원과 서문시장을 방문한 것 같다. 동산병원은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이다. 그리고 서문시장은 병원 바로 앞에 있는 시장이기도 하고, 대구에서 가장 대표적인 재래시장이기도 하다.


"와서 보니까 거리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 그런 도시로 바뀌어 버렸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동산병원과 서문시장을 방문한 황 대표가 위와 같이 말했다. 앞서, 대구에 대한 뉴스 보도를 언급했을 때도 말했지만, 여러 곳에서 대구의 모습을 왜곡하고 있다. 황 대표의 말과 달리, 대구는 거리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 그런 도시로 바뀌지 않았다. 대구는 유령 도시가 아니다. 이 점은 대구시민으로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지금 대구에 내려와서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을 할 상황인가 묻고 싶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는 충분히 알겠으나, 지금 그런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더구나 본인은 지난 '메르스 사태' 때 국무총리로서 컨트롤 타워를 맡은 당사자가 아닌가.

지난 2015년, 메르스가 국내에 창궐했고 우리나라는 186명의 감염자와 3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메르스 발생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이다.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아시아 국가에서 발생한 전체 감염자 수는 4명에 불과했고, 사망자 수도 말레이시아에서 사망한 1명이 전부였다.

메르스가 창궐했을 때, 우리나라 컨트롤 타워의 수장으로서 저런 불명예를 기록한 당사자임에도,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안면몰수식의 행태를 보이는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하물며, 국회에서 저런 정치공세를 한 것도 아니고, 지금 이 시점에 대구에 내려와서 '누가 이렇게 만들었나.'라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은 대구시민을 위로하기는커녕, 자신의 정치적 이득만 챙기려는 행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보건당국의 책임과 역량 평가는 모든 것이 끝나고 해도 늦지 않다. 이번 신천지 사태로 더욱 절감하는 것이 바로 '합심'이다. 이 전염병 앞에 '딴생각'하지 않고 모두 합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나와 우리 가족 그리고 지역 사회, 나아가 전체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합심으로 극복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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