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유가족, 세월호 유가족, 10.29 참사 유가족 등 '유가족 킬러' 국민의힘당 의원들의 막말이 또다시 거세지고 있다.
10.29 참사 유가족 협의체를 암시하며 '세월호 때처럼 정쟁으로 가선 안 된다'는 말을 해 유가족들의 울분 섞인 항의를 받더니, 지난 11일에는 국회 본회의장에서까지 인터넷에 떠도는 근거 없는 의혹을 주장해 또 한 번 유가족들의 상처를 헤집어 놓았다.
12월 11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 상정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오른 국민의힘당 송언석 의원은 10.29 참사는 수사가 더 필요하다며, 인터넷에 떠도는 의혹을 국회로 가져왔다.
[송언석 / 국민의힘당 의원]
"참사는 소위 말하는 해밀톤호텔 옆에 골목만 있던 게 아니에요. 현장에서 직선거리로 무려 300미터나 떨어진 곳에도 시신이 있었다고 합니다."
송언석 의원의 말에 따르면, 참사 현장으로부터 300미터 떨어진 곳에도 시체가 발견 됐기 때문에 압사 이외의 다른 사망 원인이 있을 수 있으니, 이것에 대한 수사를 먼저 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국민의힘당 송언석 의원이 말한 '300미터 떨어진 곳에서 시신 발견'의 출처는 인터넷 언론 기사로 알려졌다. 이 인터넷 언론 기사는 10.29 참사 희생자들에 대해 마약 및 독극물에 의한 사망 가능성을 언급한 기사로, 희생자들이 현장과 150미터 떨어진 곳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은 게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송언석 의원은 '300미터 떨어진 곳에 시신' 발언을 하기 사흘 전인, 지난 8일에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송언석 / 국민의힘당 의원 (8일, MBC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인터넷 뉴스라든지 유튜브 같은 데 보면 시신들 부분에 문제가 있다 해서, 혹시 마약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가 우려를 하는 내용들도 많이 있었거든요."
그러나 송언석 의원의 주장과는 달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 사안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참사 현장에서 300미터 떨어진 곳에 시신이 발견됐다는 주장은 전혀 확인되지 않은 허위 주장이라는 것이다.
덧붙여,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던 희생자가 130미터 정도로, 이 역시도 구급차 이송을 위해 잠시 대기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마약 등의 사인 가능성은 고려하지도, 파악된 바도 없다'고 강조했다.
10.29 참사 유족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허위 사실을 인용해 희생자들을 마약과 연관 짓는 송언석 국민의힘당 의원의 막말에 경악했다.
[이정민 / 10·29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대표]
"2차 가해가 나오지 않게끔 정부 여당에서 제대로 이야기를 좀 해달라,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오히려 여당 당직자들이 이런 음모론을 들고나오는 게 경악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5·18 유가족, 세월호 유가족 등 과거부터 유가족들을 향해 막말을 일삼으며 '유가족 킬러'의 면모를 보이던 국민의힘당 의원들은, 이번 10.29 참사 유가족들을 향한 막말도 이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국민의힘당 의원 중에서 대표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의원도 송언석 의원에 앞서 발언 논란이 있었다.
권성동 의원은 이태원 유족협의회 출범을 겨냥해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 시민단체의 횡령에 악용될 수 있다'며 유가족 모임을 정치 쟁점화하는 발언을 해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고 이지한 씨 어머니 (지난 10일)]
"권성동 의원님한테 전해주세요. 그 더러운 입 한 번 더 놀리면 유가족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10·29 참사 유가족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당이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거부하려는 기류에 대해서도 분노를 표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이정민 / 10·29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대표]
"이분들이 우리 유가족들을 그냥 단순히 귀찮은 존재로, 없었으면 하는 존재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그런 마음들 때문에 더 분노에 차 있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유가족 킬러' 국민의힘당은 이제 시의원까지 합세하는 모양새이다. 국민의힘당 소속, 김미나 경남 창원 시의원은 10·29 참사와 관련해 자신의 SNS에 막말을 쏟아냈다.
'꽃같이 젊디젊은 나이에 하늘로 간 영혼들을 두 번 죽이는 유족들', '우려먹기 장인들', '자식 팔아 장사한다는 소리 나온다', '나라 구하다 죽었냐' 국민의힘당 김미나 창원 시의원이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쏟아낸 막말들이다. 김미나 시의원은 전날에도 '민주당 저것들은 노란 리본 한 8~9년 우려먹고 이제 깜장 리본 달고 얼마나 우려먹을까'라며 '시체 팔이 족속들'이라는 막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지난달에는 10·29 참사 유가족이 방송사 인터뷰에 나와 했던 발언을 놓고 '자식 팔아 한몫 챙기자는 수작'이라며, '당신은 그 시간에 무엇 했길래 누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가', '자식 앞세운 죄인이 양심이란 것이 있는가'라고 유가족을 향해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국민의힘당 김미나 시의원이 10·29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상대로 인간 이하의 막말을 쏟아낸 것에 대해 도를 넘은 2차 가해를 했다는 여론 비판이 쏟아지자, 김미나 의원은 자신의 SNS 게시물들을 모두 삭제했다. 더 소름이 끼치는 사실 하나는, 국민의힘당 소속 비례대표로 선출된 김미나 창원 시의원이 마산 동부서 녹색어머니회 연합회장 출신이라는 것이다.
김미나 시의원의 짐승 같은 막말에 창원 시의회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윤리위 회부 등 시의회 차원의 징계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언제 사과했습니까? 주어가 들어간 사과를 하십시오"
10·29 참사 유가족의 호소
▶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 (12월 13일)
저는 박가영 엄마입니다.
7300일. 이것은 우리 아이와 함께 산 날들입니다. 만 20살 생일을 후로 돌아갔습니다. 1만일도 안 되는 짧은 삶을 마치고 별이 돼 부모 마음에 박혔습니다.
우리 아이는 대학 입학 후 세 번의 방학 동안 두세 개의 아르바이트로 하루 12시간씩 일을 하면서 1000여만원의 돈을 모았습니다. 왜일까요? 패션디자이너라는 꿈이 있었던 아이가 그 꿈을 위해 유학자금으로 모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돈은 아이의 묫자리를 사는 데 쓰이게 됩니다.
아이가 사고가 났다는 친구의 연락을 받고 병원에 갔는데 아이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보여줄 수가 없다며 밤새 병원 앞에 세워뒀습니다. 그 앞에서 이유도 모른 채 수십 구의 희생자들이 이동되는 것을 보고만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친구가 구급차를 함께 탔었고, 구급대원이 전화를 바꿔 아빠와 직접 통화를 했는데도 무연고자 취급을 받으며 12시간을 넘게 이곳저곳을 끌려다녔습니다. 저는 밤새 병원 앞 길바닥에서 기자들이 하는 말들을 동냥하듯이 듣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곳엔 말단 공무원 하나 나오지 않았고, 어떤 상황인지도 설명해주는 사람 하나 없었습니다.
동이 트니 정신이 들어 서울 시내 병원마다 전화를 걸어보고 이동하면서 미친 듯이 아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찾아냈습니다.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연락을 주겠다던 용산 경찰서장은 끝까지 연락이 없었습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저는 아이의 마지막을 모릅니다. 여태껏 어떤 기관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아는 기관도 없습니다. 이 정부는 할 줄 아는 것도, 아는 것도 없습니다. 무능해도 이렇게 무능할 수가 있는지, 잔머리들은 왜 이렇게 빠른지, 도대체 어떤 대가리에서 이런 결과를 내는 것인지 답답하고 분노가 치밉니다.
명단 공개가 패륜이라고요? 명단 비공개는 은폐입니다. 유가족이 희생자 명단을 공개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잊지 말아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기억하고 여야가 기억하고 정부가 기억해서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아, 남아있는 아이들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없게 해달라는 우리들의 울부짖음입니다.
어제 장제원 의원은 말했습니다. 처음부터 국정조사 합의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당신의 아들은 살아있다고 안심되십니까? 안심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이 나라의 정치인으로 있는데 어떻게 안전하겠습니까. 당신도 이 정부를 믿지 못하고 아이들의 생사가, 아들의 생사가 늘 노심초사 늘 걱정일 것이다.
정진석 의원은 민주당이 요구한 이상민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갑툭튀’라고 망언을 합니다. 왜 입으로 똥을 싸십니까. 참사가 일어나고 희생자가 생겼는데 조사조차 안 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하는 당신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자기 시키는 것만 하겠다는 땡깡쟁이 이거나 안하무인, 파렴치한입니다.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사건이 일어나면 조사를 하고 잘잘못을 가리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선 사과를 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단도리를 합니다. 진정,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그 자리에 있는데 철저한 진상규명이 되고 국정조사가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생각된다고 또다시 입으로 똥을 싸시면 당신들의 아들과 딸들은 쪽팔려서 이 땅에 살 수가 없습니다. 살 수 있겠습니까. 제발 정상적인 사고를 하십시오. 그리고 이상민 파면하시고 국정조사에 엄중하게 임하십시오.
대통령께 말씀드립니다. 이 땅의 부모들은 세월호를 잊지 않았고 이번 참사를 기억할 것입니다. 이번 참사로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살아남았다는 안도와 상처가 생겼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남아있는 아이들의 미래보다는, 아이들의 만수무강을 기도해야 할 것이고, 어디에도 있든지 아이들의 안전이 불안해 노심초사해야 할 것이며, 늘 생사를 확인해야 하는 트라우마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우리 유가족뿐만 아니라 이 나라에서 자식을 둔 부모들은 위로가 필요합니다. 사람은 외로워서 죽는 게 아니라, 위로받지 못해서 죽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죽게 생겼습니다. 우리에게 위로는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입니다.
저는 아이의 묘소를 찾아가 늘 이렇게 사과를 합니다. 지켜주지 못해 잘못했다고 용서해달라고. 어제 뉴스에, 대통령은 사과를 했는데 왜 자꾸 사과하라고 하냐고 말이 나오더군요. 언제 하셨습니까. 종교 행사에 가서 유감을 표시했지, 아이들에게 추모를 했다고 하는데 어디에 하셨습니까. 국화꽃이 슬프다고 합니까? 국화꽃이 억울하다고 합니까? 국화꽃은 좋겠습니다. 국화꽃은 좋겠습니다. 대통령의 추모도 받고.
대통령은 사과하십시오. 주어가 정확히 들어간 사과를 하십시오. 피지도 못하고 꺾인 우리 아이들과 유족들에게 지켜주지 못해서 잘못했다고, 용서해달라고 진심으로 사과하십시오. 대통령의 사과는 단순한 사과가 아니라 국민에 대한 위로입니다. 대통령의 사과로,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행안부 장관의 파면으로, 재발 방지 대책으로, 피지도 못한 꺾인 꽃들을 유가족들을 이 땅의 부모들을 국민들을 위로하고 안심시켜 주십시오. 새끼 잃은 어미는 절규합니다.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하다고.
이 땅의 우리 아들딸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무책임하고 후안무치한 정부로부터 여러 고비를 거치며 살아남은 사람들입니다. 간곡히 부탁합니다. 어떤 어렵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으십시오. 그래서 부모를 장례식장으로 부르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부모는 자식을 장례식장에서 맞닥뜨리면 여러분들 대신 살아줄 수 없습니다. 그날로 함께 인생을 죽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여러분에게 각자도생하라고 합니다. 개인의 안전은 개인이 책임지라고 합니다. 취업이 안 돼도, 생활고를 겪어도, 사회로부터 외면당해 마음에 병이 들어도, 길을 가다가 목숨을 잃어도 정부는 심약한 너희들이 문제라고 합니다.
이 나라에는 책임지는 정부는 없습니다. 힘이 되는 정부도 없습니다. 다음 세대를 세워줄 정부도 물론 없습니다. 다음 세대는 누구나의 미래가 아니라, 각자가 근근이 연명하거나 강하게 치열하게 살아남은 사람들일 것입니다.
여러분, 이것이 차별입니다. 이 정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자신들의 것인 것처럼 여러분의 미래를 훔치고 도둑질하고 있습니다. 도둑질당하고, 매 맞고, 천대받고, 조롱당하고 있는, 정부로부터 학대받는 우리들의 아들딸들이여, 그래도 꼭 살아남으십시오.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 되도록 분노해주십시오.
여러분들은 천하보다 귀하고 귀한 우리의 보물입니다. 그래서 이 엄마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저 무책임한 사람들이 책임지고 물러날 때까지.
새끼 잃은 어미의 절규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10.29 참사가 발생한 현장과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작고 미약한 블로그에서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다시 한번 전달해드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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